ADVERTISEMENT

일본 국공립 대학들 개혁 몸부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일본 국공립대들이 경제인을 경영에 참여시키거나 '패자부활전'등 이색 입시제도를 도입하는 등 과거에는 상상하기 힘들던 '창조적 파괴'를 거듭하고 있다. 갈수록 대학은 늘고, 학생은 줄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계 인사를 모셔라=도쿄(東京)대는 지난 5일 JR동일본(민간철도회사) 사장.우시오전기 회장.NEC(일본전기)회장 등 외부인사 12명을 경영협의회의 학외이사로 내정했다. 경영협의회는 다음달 국립대 법인화에 따라 설치되는 재무.경영 최고결정기구다.

국립대가 법인화되면 대학은 정부 통제를 거의 받지 않고 경영.교육을 운영하는 대신 결과에 대한 평가를 받게 된다.

도쿄대 관계자는 "뛰어난 경제계 인사들을 모셔 대학경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대인 히토쓰바시(一橋)대도 지난달 경영협의회 위원 12명을 구성하면서 6명을 기업인.공인회계사로 선임했다. 증권사 사장 출신으로 경영개혁 바람을 불러일으킨 세키 쇼타로(關昭太郞) 와세다(早稻田)대 부총장도 위원으로 영입해 눈길을 끌었다.

도쿄도가 현재 있는 네개의 도립대를 통합해 내년 4월 새로 문을 여는 '수도대학도쿄'에도 오쿠다 히로시(奧田碩) 게이단렌(經團連)회장 등 경제계 인사들이 '도쿄 U(대학)클럽'을 만들어 후방지원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대학입시 파괴=다음달 아키다(秋田)현에서 공립대로 문을 여는 국립교양대는 '패자부활전'제도를 도입했다. 올해 입시에서 떨어진 학생 가운데 성적이 우수한 학생 10명에게 1년 동안 대학에서 다른 합격생과 같이 공부할 기회를 제공한 뒤 성적이 우수하면 내년에 2학년 편입을 허용하는 제도다. 이 대학의 나카지마 미네오(中嶋嶺雄)총장은 "한번 실패했다고 해서 좌절을 안겨주기보다는 기회를 제공해 가능한 한 우수학생을 뽑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수도대학도쿄'는 공립대로선 사상 처음 고3학생을 대상으로 '도쿄미래주쿠'란 대학부설 학원을 올해부터 운영한다. 고3학생 50명을 선발, 평일 오후나 휴일에 세미나.연구 및 논문작성.기업인과의 좌담회 등 다양한 체험학습을 시켜 '일본의 미래를 짊어질 리더'를 육성하자는 취지다.

'도쿄미래주쿠'는 졸업자에 대해 '수도대학도쿄' 입학을 허용한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문부과학성이 일률적으로 대학입시를 통제하기보다는 각 광역자치단체의 자율에 맡기고 있기 때문이다. 도쿄도 관계자는 "새로운 입시제도.대학을 도입할 때는 문부과학성과 사전협의를 하지만 거절당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각 지역이 창의적인 우수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고, 특혜 시비는 없다"고 말했다.

돗토리(鳥取)현 등 지방에선 지방자치단체가 대학만 설립하고, 운영은 민간이 맡는 '관민(官民)대학'도 늘고 있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