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학교종"작곡 김메리 할머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노래를 만들어 달라는 제의를 받고 자리에 앉자 마자 가락이떠올랐어요.』지난 반세기 동안 꾸준히 음악교과서에 실려온 동요『학교종』의 친근한 가락은 이렇게 만들어졌다.최근 한국에 다니러온 『학교종』의 작곡가 김메리(92.사진)할머니는 『학교종』이 지난해엔 미국 국민학교 음악책에까지 실렸다』고 말했다.
해방 직후 새로 들어선 정부의 음악교과서 편찬작업에 참여해 『학교종』등 15곡의 동요를 쓴 金할머니는 일제 시대 이화여전을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대에서 음악이론으로 석사학위까지 받은 신여성.『노래를 만들어달라는 제의를 받고 자리에 앉자마자 가락이 떠올랐다』는 金할머니는 아흔둘의 고령이 믿기지 않을 만큼 아직도 정정하다.
미국유학중 교포2세인 남편과 결혼해 『학교종』을 만들 당시 이미 두 아이를 둔 어머니였던 그는 반세기 남짓한 미국생활 동안 한국민요책을 펴냈는가 하면 미군남편에게 매맞는 양공주 출신한국여성들의 이혼소송,가난한 유학생들의 학비원조 등 한국이민들의 뒷바라지에 힘써왔다.남을 돕는 일만큼이나 자신에게도 철저해43세에 다시 웨인대학에 입학해 화학과 미생물학 석사학위를 따내기도 했다.자신의 인생관을 『Life is fight(인생은투쟁)』라는 한 마디로 요약하는 金할머니는 요즘도 매일 3시간가량 자서전 집필에 몰두하는 한편 주일학교에서 어린이들에게 동요를 가르치고 있다.
〈李后男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