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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폭설 충청 강타…이젠 복구다] "눈 무게 못견뎌 5개棟 폭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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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충남 부여군 세도면의 한 농민이 폭설로 무너져내린 방울토마토 비닐하우스의 쇠파이프를 떠받치며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부여=김방현 기자]

"눈이 아니라 폭탄같았시유. 불과 30여분 사이에 사방에서 하우스들이 주저앉는데 우리도 당시엔 놀라 달아나기 바빴지유."

전국 최대 방울토마토 재배단지인 충남 부여군 세도면(전국 총 생산량의 13%)의 금강변 들녘. 기습 폭설로 움푹 움푹 주저앉은 비닐하우스 모습이 마치 폭탄세례를 받은 듯했다. 지난 6일 오후 들녘에서 비닐하우스를 뒤적이던 김준화(42.세도면 청포리)씨는 "그때를 생각하면 식은 땀이 난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금강변을 따라 무릎까지 빠지는 눈밭을 헤치고 가까스로 하우스 안으로 들어가 봤다.

4~5m 높이였던 하우스 지붕은 25cm 이상 쌓인 눈을 이기지 못해 거의 땅바닥과 맞닿아 있었다. 발갛게 익은 열매를 주렁주렁 매단 방울토마토 줄기는 무너진 지붕에 깔린 채 꺾이고 찢어져 있었다. 일부 방울토마토는 벌써 냉해(冷害)를 입어 시들해진 상태였다.

농민들에 따르면 비닐하우스가 집중 피해를 본 것은 지난 5일 낮 12시30분부터 1시까지 불과 30분 사이.

*** 온풍기로 녹였지만 역부족

오전 8시쯤부터 내린 눈은 시간이 갈수록 거세졌다. 낮 12시를 넘자 콩알만하던 눈발은 500원짜리 동전보다 더 커져 있었다. 녹는 눈보다 쌓이는 눈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농민들은 전날 밤부터 지붕의 눈을 녹이려고 온풍기를 가동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눈 무게를 견디지 못한 하우스는 '우지직'소리를 내며 힘없이 쓰러졌다. 이 순간 하우스 안에 있던 농민들은 놀라 대피해야 했다.

하우스 1000여평을 몽땅 잃어버린 金씨는 "하우스 5개 동(棟)이 불과 20분 만에 모두 쓰러졌다"며 "눈앞에서 벌어지는 광경에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방울토마토 재배로 연평균 6000여만원(평당 6만원)의 소득을 올렸다고 한다.

*** "빚 내서 지었는데…" 한숨

30년간 토마토를 재배했다는 김명준(56)씨는 "1600여평의 비닐하우스가 몽땅 무너져내렸다"며 "복구비가 1억원이 넘을 텐데, 이젠 영농을 포기해야 할 것 같다"며 한숨지었다.

1000여평의 방울토마토 농사를 짓고있다는 고태영(42)씨는 "올해는 방울토마토 시세가 괜찮아 2억여원의 빚 가운데 상당액을 갚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라며 발을 굴렀다.

세도면은 전체 1460가구의 농가 가운데 30%인 500여가구가 방울토마토 재배농으로, 면단위로는 전국 최대량인 연간 2만여t을 생산해왔다.

세도면 측은 이번 폭설로 100여농가에서 70ha의 비닐하우스 붕괴 피해를 봐 140여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피해농가 대부분은 하우스를 짓느라 2000만~2억원의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여=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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