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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미국을 만든 곳” 오하이오, 달아올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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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오하이오는 긴박감으로 차 있다. 여기서 결판난다.”

주도(州都)인 콜럼버스의 대표적 일간지 콜럼버스 디스패치의 지난 주말 기사 제목이다. 4일 미니 수퍼 화요일의 민주당 승부처는 중부 오하이오주다. 버락 오바마의 끝내기 연승이냐, 힐러리 클린턴의 기사회생이냐가 여기서 판가름 난다. 여론조사는 아직 힐러리의 미세한 우위다. 그러나 예측 불허의 접전 상태다.

오하이오주 어디를 가나, 누구를 만나나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이다. 오하이오의 대의원 숫자는 161명으로 같은 날의 텍사스(228명)보다 적다. 반면 돋보이는 정치적 전통과 상징성을 갖고 있다. 2004년 대선 본선 때 부시의 승리가 확정된 곳이 오하이오다. 오하이오는 7명의 대통령(전체 42명)을 배출했다. 건국 초기 대통령들의 고향인 동부 버지니아가 8명으로 가장 많다. 오하이오가 그다음이다(텍사스는 2명, 전체 50개 주 중 20개 주에서만 대통령 출생). 유권자들의 정치적 자존심은 강하다. 두 후보는 연설 때 “오하이오가 미국을 만들었다”는 역사성을 빼놓지 않는다.

지난 10여 일간 오바마와 힐러리 후보는 이곳에 전력을 기울였다. 버스 투어 유세로 클리블랜드·신시내티·콜럼버스·톨레도 등 주 전체를 누볐다. 텍사스 쪽보다 많은 투자를 했다. 양쪽 가족, 저명 인사들도 총출동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부인과 별도로 지지자들을 찾아 나섰다. 오바마의 부인 미셸은 남편의 화려한 레토릭과 달리 솔직한 이야기로 유권자들에게 접근했다. 비장의 무기도 가세했다. 힐러리의 외동딸 첼시는 여러 대학을 찾아다녔다. 오바마에게 쏠린 젊은 유권자의 열기를 분산시키려 했다.

오바마 진영은 지난달 28일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딸 캐롤라인을 전격 등장시켰다(25일·파르마). 캐롤라인은 오바마의 모습에 ‘JFK 이미지’를 강렬하게 오버랩시켰다. 캐롤라인은 “아버지가 했던 방식으로 대중에게 영감을 주는 첫 정치인이 오바마”라고 격찬했다. 힐러리 캠프는 1일 빌 클린턴 집권 시절 여성 국무장관이었던 매들린 올브라이트를 첼시의 아크론 대학 집회에 투입했다.

클린블랜드 토론회 다음 날인 27일 오하이오 주립대학(OSU) 내 세인트 존 어리너. 오바마의 버스 투어 나흘째 되는 날이다. 지지자들은 오바마의 정치 상표인 ‘변화와 희망’에 익숙해져 있었다. “변화를 위한 준비가 돼 있다면…”으로 시작하는 연설에 그들은 “예스 위 캔”의 함성으로 뜨겁게 반응했다. 오바마의 유세는 점차 공격적으로 변했다. “이라크 문제에 미숙하다”는 공화당 매케인 후보의 비난에 맞섰다. 오바마는 “부시와 매케인이 이라크 전쟁에 나서기 전까지 이라크에는 알카에다의 존재가 없었다. 관타나모 수용소(이라크에서 포로로 잡힌 적군을 고문하는 장소)를 폐쇄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오바마는 ‘희망’을 둘러싼 논란을 독특한 반복어법으로 잠재우려 했다. “희망은 상상이다. 과거에 가능해 보이지 않았던 것과의 투쟁이기도 하다. 미국의 문제점들은 쉽게 해결할 수 없다. 희망 그리고 상상을 하면 우리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일할 수 있다.” 유권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그의 어휘 구사는 더욱 세련되게 다듬어지고 있었다.

힐러리는 차별화 전략을 썼다. 대도시·대규모 유세에 주력한 오바마와 달랐다. 작은 도시에서 타운 홀 미팅을 했다. 경제에 초점을 맞춰 ‘경제를 살릴 수 있는 후보임’을 부각하려 했다. 오하이오의 경제 침체는 미국 전체의 축소판이다.

오하이오 북쪽의 작은 도시 로레인(인구 7만 명·백인 70%). 지난달 26일 그곳 애드미럴 킹고교 체육관은 1500여 주민으로 찼다. 힐러리는 한 시간가량 타운 미팅을 직접 진행했다. 주민들은 경쟁적으로 손을 들고 거리낌 없이 물었다. 미국 교육의 핵심이 어릴 때부터 자기 의견을 정확히 표시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있다는 점을 실감시켜 주는 장면이었다. “집이 차압당할지 모른다… 물가가 올라 아이 키우기가 힘들다… 직장이 문을 닫아 카드를 못 쓴다.”

힐러리의 답변도 거침없었다. 공약을 정성껏 설명했고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다. 힐러리는 ‘오바마의 희망’을 겨냥해 “우리는 희망만 갖고는 잘할 수 없다.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의 변화(Change)에 맞선 힐러리의 구호가 해법(Solutions for America)이다.

배우자들이 나선 제2전선도 치열하다. 일주일째 시골 도시를 돌고 있는 빌 클린턴은 힐러리가 준비된 후보임을 역설하고 있다. ‘검은 재클린’ 미셸 오바마도 하루 3, 4곳씩 강행군한다. 미셸은 남편이 꺼리는 흑인 인종 문제도 직설화법으로 꺼내면서 평범한 가정 이야기로 접근한다. 공세적인 내조다.

클린턴의 유세는 달라졌다. ‘오바마의 약점 때리기’에 대한 역풍이 분 탓에 힐러리 공약의 실천 가능성을 소개하는 데 주력했다. 조용한 외조로 바꿨다. 그러나 관록은 살아 있었고 여유도 있었다. 클린턴은 “내가 힐러리와 결혼하지 않았다면 나는 힐러리 뒤에 (당선)됐을 것이다. 그 이유는 힐러리가 최고의 대통령 후보이기 때문”(25일 랭커스타 고교 연설)이라고 하자 웃음과 함께 박수가 터졌다.

미셸은 28일 아크론의 노스 고교에서 자신을 “보통 사람”이라고 소개하면서 분위기를 잡았다. 시카고의 빈민가 출신인 자신의 인생 역정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그곳에서 프린스턴대에 들어가고 하버드대 로스쿨을 나왔다. 미셸은 “미국의 공교육이 여러분의 자녀를 나처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할 거다. 그 때문에 새로운 리더십은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바마’라는 함성과 함께 환호가 쏟아졌다. 콜럼버스(미국 오하이오)에서

박보균 정치 분야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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