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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페놀 … 가슴 쓸어내린 주민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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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페놀은 코오롱유화 김천공장 화재 진화 과정에서 소방수에 섞여 낙동강으로 흘러들어 간 것으로 추정된다. 화재 현장에는 페놀수지 관련 제품 10만L가 쌓여 있었다.

◇취수 중단=화재 진압 이후 대구환경청은 유해물질이 지류를 타고 낙동강으로 유입됐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낙동강의 페놀 수치를 예의주시하던 수자원공사는 2일 오전 5시50분 취수장에서 5㎞ 상류 지점에서 페놀 0.01ppm을 검출했다. 이 수치는 3시간 후 0.04ppm까지 높아졌다. 수자원공사는 구미시장·상수도사업소장 등 관계자들을 불러 긴급회의를 열고 10시40분 구미 해평취수장의 취수 중단을 결정했다. 취수 중단으로 배수지 수위가 낮아지면서 구미시와 칠곡군 일부 지역에 수돗물 공급이 끊기면서 5만여 가구 주민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식당이나 목욕탕 등은 영업을 못하기도 했다. 물탱크가 있는 주택이나 대형 아파트 단지와 달리 물 저장시설이 없는 가정이나 업소는 충북 청주에 있는 수자원공사 병물공장에서 가져온 수돗물 3만 개(350㎖기준)를 공급받아 식수를 해결했다.

이후 페놀 검출량이 줄면서 취수는 5시간 후인 오후 3시35분 재개됐다. 하지만 단수 사태는 배수지 수위가 정상으로 돌아온 이날 오후 11시까지 일부 지역에서 계속됐다. 낙동강변 주민들은 17년 전의 ‘페놀 악몽’을 떠올리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주부 이정자(64·대구시 범물동)씨는 “페놀이란 말만 들어도 당시의 악취가 나는 것 같다”며 “제발 안심하고 수돗물을 마실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

◇하류 지역 비상대책 마련=환경부와 대구시·경북도는 낙동강 하류 지역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구미보다 낙동강 하류에 있는 대구시는 생활용수 취수 지점인 달성군 다사읍 매곡취수장에서 페놀이 검출되면 즉시 취수를 중단하기로 했다. 대구시는 1991년 페놀 사태 이후 897억원을 투입해 오존처리 및 활성탄 흡착 시설을 갖춘 고도정수 시설을 설치했다.

◇경찰 수사=경찰은 화재가 난 코오롱유화 김천공장 관계자와 당시 진화에 동원됐던 소방 인력, 환경당국 관계자를 불러 페놀의 낙동강 유입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수질 오염 방지책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됐는지도 확인하기로 했다.

코오롱공장 화재 원인도 경찰의 수사 대상이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과 합동 감식한 결과 불이 난 제1공장 1층에 있는 15개 반응기 중 세 번째 기기 1개가 폭발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홍권삼·강기헌 기자

◇낙동강 페놀 오염 사건=1991년 3월 경북 구미시 두산전자에서 페놀 원액 30t이 낙동강 지류인 옥계천에 누출됐다. 대구시 수돗물의 70%를 공급하는 다사수원지에 오염된 강물이 흘러들었고, 이 물로 만든 수돗물이 대구시에 공급됐다. 오염된 수돗물을 마신 시민들은 구토·설사·복통으로 고통을 겪었다. 오염된 강물은 하류로 내려가면서 부산·경남 지역도 큰 피해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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