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예술의전당 "덕혜옹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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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예술의 전당(사장 이종덕)은 광복 50주년을 기념하는 무대로다음달 4일까지 역사극 『덕혜옹주』를 공연중이다.
연극계에서 사극이 공연되기는 참으로 오랜만의 일이다.재미만을좇아 섹스코미디나 뮤지컬이 판치는 것이 현실이었다.『덕혜옹주』는 전통극의 아름다움과 격을 지키면서도 동시에 그 표현의 상투성이나 화석화한 표현을 배제하여 신선한 무대를 보여주고 있다.
공연전부터 타이틀 롤을 맡은 윤석화의 삭발로 화제를 불러 일으켰고,출연진 모두 경기도남양주에 있는 덕혜옹주의 묘를 찾아 그의 넋을 추모하는 등 비장함도 보였다.
덕혜옹주(1912~1989)는 조선조 마지막 황녀다.고종이 회갑때 후궁인 복녕당 양귀인을 통해 얻은 외동딸이다.그는 어린시절 부왕의 넘치는 사랑속에 천진난만하게 지냈다.그러나 조선황실을 멸망시키려는 일제는 13세의 그를 일본으로 끌고가 대마도번주와 강제결혼시켰다.옹주는 격변한 환경속에서 두고 온 어머니와 고국을 그리워하다 결국 정신병 증세를 보인다.그후 소다케시와 이혼하고 해방도 맞아 고국에 돌아오려 하지만 정부의 소극적인 자세로 62년 50세 나이로 겨 우 귀국한다.피폐해질대로 피폐해진 몸으로 돌아온 그는 고독하고 어려운 세월을 보내다 77세 나이로 비극적인 삶을 마감했다.
이 연극의 기본무대는 한없이 길게 뻗어 있는 긴 길이다.이 길은 수많은 역경을 겪은 덕혜옹주의 길이기도 하고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뤄진 역사의 길이기도 하다.굽이쳐 흐르는 듯한가없는 길이 토월극장의 깊은 무대와 잘 어우러진 다.
윤석화는 이번 무대를 통해 새로운 변신에 성공했고,상대역인 극단 「목화」의 간판배우 한명구도 무서운 연기력으로 다시한번 인정받았다.
『덕혜옹주』는 「역사극도 재미있다」는 새로운 감흥도 자아냈다.스펙터클한 전체구성과 조화에다 귀신의 혼령이 실제처럼 느껴지는 신비한 무대 메카니즘이 압권이다.와이드 스크린을 활용한 김태균의 영상기법과 우리 옷의 아름다움을 극대화시킨 허영의 의상작품도 눈길을 끌었고,구음으로 전해지는 심층의 소리와 생음악도신선한 감동을 준다.연출 한태숙.화.수.목 오후7시30분,금 오후3시.7시30분,토.일 오후3시.6시.(580)1880.
글=李順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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