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부활이냐 퇴장이냐 4일 네 곳 경선에 달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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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호 14면

효과가 없는데도 부질없이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경우가 있다.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e)이라는 개념이 사람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를 일부 설명한다. 이 개념의 요체는 우연히 어떤 경로가 정해지면 경로를 바꾸는 게 어렵다는 것이다.

미국 민주당의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은 경로의존성의 희생자인지 모른다. 그는
자신의 경험·경륜과 오바마의 미숙함을 대비시키는 전략과 함께 네거티브 전략을 구사해 왔다. 최근 힐러리는 오바마에게 11연패를 당했다. 1일 현재 CNN 집계에 따르면 대의원 숫자는 버락 오바마 1369명, 힐러리 1267명이다. 뉴스위크 최신호(3일)의 한 칼럼은 힐러리에게 “이제 가망이 없다. 사퇴하는 게 살 길”이라고 권유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힐러리 진영은 최근 시작한 TV광고에서도 아무런 전략 수정 없이 오바마의 미숙함을 꼬집고 있다.

화요일(4일)은 444명의 대의원을 놓고 오하이오·텍사스·버몬트·로드아일랜드에서 경선을 하는 날이다. ‘미니 수퍼 화요일’이다. 대의원 수가 많지 않은 로드아일랜드(32명)·버몬트(23명)보다 텍사스(228명)·오하이오(161명)가 관건이다. 29일 발표된 로이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텍사스에선 48 대 42로 오바마가, 오하이오에서는 44 대 42로 힐러리가 지지율에서 앞서고 있다. 불과 몇 주 전 힐러리가 두 자릿수로 앞서던 곳이다.

미 대선은 벌써 힐러리를 제쳐둔 채 본선 분위기를 슬슬 풍기고 있다. 공화당 후보로 거의 확정된 존 매케인은 오바마를 주적(主敵)으로 삼기 시작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까지 가세해 오바마의 외교정책을 공격했다. 오바마는 ‘쿠바나 이란의 대통령을 조건 없이 만나겠다’고 공언한 적이 있는데, 부시는 “그렇게 하는 것은 ‘엄청난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물론 오바마도 경로의존성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 “좋은 노래도 세 번 들으면 귀가 싫어한다”는 속담도 있지만 오바마의 지지자들은 ‘변화와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자꾸 듣고 싶어한다. 그러나 상황이 급변했을 때 그는 과연 새로운 경로를 발견할 수 있을까.

▶지난 주

25~28일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 동북아 순방
26일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평양 공연
29일 베이징 서우두공항 제3터미널 개장

▶이번 주

3~5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이스라엘 방문
6~7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외무장관 회의
7일 국제여성의 날
8일 말레이시아 총선
9일 대만 총통 후보 TV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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