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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근본 대책보다 책임자 처벌 주력”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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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호 18면

“한국은 사고원인을 찾아 근본 대책을 마련하기보다 책임자 처벌에 힘을 쏟는다.”
40년 경력의 미국 방재 전문가 제임스 듀이(62·사진)가 국내 참사를 지켜보면서 느낀 점이다. 그의 한국 생활은 올해로 13년째. 미국 방재 컨설팅회사인 ‘HSB프로페셔널 로스컨트롤’의 부사장을 지낸 그는 1996년부터 삼성방재연구소 고문으로 일해 왔다. 그동안 씨랜드(1999년)·대구지하철(2003년)·여수출입국관리소(2007년) 화재와 최근의 숭례문 방화를 생생히 지켜봤다.

40년 경력 美 방재전문가 제임스 듀이

그는 “대형 사고가 반복되는 모습을 지켜보니 가슴이 답답하다”면서 숭례문 사고를 대표 사례로 꼽았다. 그는 “원인을 조사하고 분석해야 할 책임자인 문화재청장이 화재 이틀 만에 자리에서 물러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은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 ‘빠르고 쉬운 방법’을 찾는 데만 급급하고 이후로 쉽게 잊어버린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고백서의 문제점을 이렇게 말했다.

“백서나 조사보고서는 그 내용이 국가기밀이 아닌 다음에는 공개해야 한다. 일반인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수준까지 공개되지 않으면 재난에서 교훈을 얻을 수 없다. 한국에는 이런 시스템이 부실하다. 같은 유형의 사고가 되풀이되는, 큰 이유다.”

미국에서는 1986년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사고 같은 대형 사고·재난이 터지면 곧바로 대통령 직속으로 사고조사위원회가 꾸려진다. 관계당국의 수장들이 분야별 소위원회를 맡고 학계와 기업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해 종합적인 조사를 벌인다. 이 과정에서 공청회도 열리며 이를 바탕으로 조사보고서가 만들어진다.

이렇게 백서는 관련 기관의 홈페이지에 모두 공개된다. 그는 “대통령 직속 사고조사위원회가 구성되지 않는 경우라 하더라도 화재나 자연재해는 연방재난관리청에서, 항공기·차량 등의 교통사고나 교량 붕괴 등은 연방교통안전위원회에서 자체 조사위원회를 꾸려 공개 보고서를 만들어 낸다”고 말했다.

한국에는 생활 주변 곳곳에 대형 재난을 일으킬 수 있는 불씨들이 널려있다고 그는 우려했다. 공사 현장에서 LPG통에 직접 호스만 연결해 작업하는 인부들, 오토바이에 가스통을 매달고 도로를 질주하는 사람, 보안을 이유로 비상구가 폐쇄된 대형 빌딩들, 산 정상에 올라 맛있게 담배를 피우는 등산객들…. 미국 방재 전문가의 눈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들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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