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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이런사고가>5.감리.감독 허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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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여러분이 공사 현장에 직접 가보십시오.감리실력이 얼마나 뒤떨어져 있는지 알겁니다.』 오명(吳明)건설교통부장관이 3일 오전 전체직원회의에서 강조한 이 말은 구포열차 전복사고.성수대교붕괴사고등 대형사고가 터질때마다 인재(人災)의 원인으로 도마위에 올랐던 부실감리의 현주소를 잘 말해주는 것이다.
시공자와 발주자의 유착,금품수수,감리자의 권한과 책임 부재,감리기술및 인력부족,비현실적인 감리비 책정,감리에 대한 인식부족등 복합적인 요인때문에 우리의 감리제도는 아직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
작년부터 공공공사의 경우 전면책임감리제가 도입돼 감리자에게 시공중지 및 재시공명령권을 주고 감리를 잘못하면 손해배상등 책임을 물리도록 제도가 보완됐지만 이 또한 현실과 거리가 멀다.
감리자도 나중을 생각하면 원칙만을 고집할 수 없다.
이때문에 작년 한햇동안 감리자가 공사현장에서 내린 공사중지 명령은 18건,재시공명령은 20건에 불과했다.현재 국내에는 2백27개사의 감리회사가 있고 여기에 1만여명의 감리원이소속돼 있지만 이들중 상당수가 경력 4년 미만의 햇병아리 들이다.
연간 1천여건 이상의 공공공사에 현장당 10명 꼴로 감리자가배치될 수밖에 없는 현실속에서 고속도로.지하철.교량등 대형공사의 감독이 제대로 이뤄질 턱이 없다.
이러다보니 감독자 눈을 피해 낮에 해야할 공사를 밤에 하고 비가 오면 못하게 돼있는 콘크리트 공사를 강행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중견 D건설의 鄭모 차장의 얘기.
『감리가 그토록 엄하다는 중동에 나갔을 때도 일부 업체들은 밤중에 감리자의 눈을 피해 원칙대로 공사를 하지 않았다.하물며감리체계가 허술한 우리나라에서는 오죽하겠는 가.아무리 특출한 재주가 있다한들 감리자가 레미콘이 제대로 배합됐는 지 어떻게 확인하겠는가.』 감리가 제 기능을 하지못한 구조적인 이유 가운데 하나는 국내 감리시장 규모가 영세하다는 것.
93년까지만 해도 공공공사 총금액 가운데 감리가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1.3%선으로 선진국의 4~5%에 비해 턱없이 낮은수준이었다.
오직 적은 돈으로 빠른 시간내에 건설하는 데 치중하고 감리는흉내만 내는 식으로 해왔기 때문에 정부 스스로 사업비를 산정할때 감리비를 제대로 책정하지 않았다.
이로인해 연간 10조원 규모의 공공공사 시장에서 감리시장 규모는 2천5백억원 남짓했다.
또 기술이나 경험에 있어 시공업체 직원들을 압도해야 할 감리업체 직원의 수준이 오히려 뒤떨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뿌리깊은 부정의 고리도 정확한 감리의 큰 걸림돌.
K건설의 李모 이사는『과거 감리자가 설계변경제의를 그대로 수용해주는 대가로 현장사무소로부터 정기적으로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받고 감리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 구조적인 부조리가 만연했었다』고 말했다.
한현규(韓鉉珪)건교부 기획예산담당관은『우리 건설업체는 원래 1백의 비용을 들여야 그런대로 공사가 이뤄지는 경우라면 80 정도의 비용만 들이면서 위험부담을 안으려고 해왔다.정부도 감리나 준공검사때 표면적으로 1백을 요구하지만 실제는 80으로 해도 눈감아 줘왔다』고 반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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