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교육정책을 저지하는 ‘학교시장화저지 투쟁본부(가칭)’가 만들어지는 순간은 이랬다. 투쟁본부는 자율형 사립고 확대, 교원평가 법제화, 영어 몰입교육을 저지하기 위해 전교조 내부 조직으로 조합 내 강경파들이 결성을 주장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온건한 투쟁을 주장했던 정진화 위원장을 포함한 지도부는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우리가 바랐던 게 아닌데…”라고 입맛을 다시며 “우리는 실패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안 없이 비판만 한다’는 국민들의 비판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온건한 사업 계획을 세웠는데 물거품이 됐다”고 아쉬워했다.
정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지도부는 새 정부 정책의 진행상황을 본 뒤 학생과 학부모에게 불합리한 점을 설명할 예정이었다. 또 전교조의 대안을 알릴 계획도 세웠다. 이는 “투쟁 일변도에서 탈피해 교육 개혁에 대안을 제시하겠다”던 정 위원장의 뜻이었다. 지도부는 대회에서 투쟁을 외치는 강경파의 발언이 언론에 공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기자들의 대회장 접근을 막기까지 했다.
그러나 ‘강경파’의 목소리를 당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 대의원은 “조합원 수가 줄고 국민 인식이 안 좋은 마당에 강경 투쟁은 전교조에 득이 될 것이 없다”고 우려했다. “전교조가 무너질지 모른다”고 걱정하는 대의원도 있었다. 연가 투쟁과 같은 공세적 투쟁을 할 때마다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외면당했던 기억을 떠올리는 듯했다. 전교조는 내년에 창립 20주년을 맞는다. 전교조 내부에서조차 “전교조에 창립 이념인 참교육은 이미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시위는 물론이고 연가투쟁까지 고려할 것이다.” 대회장을 나서는 한 교사의 말이 차가운 계곡의 겨울 바람만큼 무겁게 느껴졌다.
백일현 사회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