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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변화 언제쯤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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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자정을 넘긴 시각,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대의원 대회가 열린 전북 무주리조트 대연회장. “찬성표가 156표, 156표입니다. 1표 차로 과반이 됐습니다. 2008 사업계획 수정안이 투표 결과 통과됐음을 선포합니다.” 사회자의 표결 결과 발표가 끝나자 곳곳에서 함성이 터졌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강경 투쟁을 주장했던 전교조 내 강경파들이었다.

새 정부의 교육정책을 저지하는 ‘학교시장화저지 투쟁본부(가칭)’가 만들어지는 순간은 이랬다. 투쟁본부는 자율형 사립고 확대, 교원평가 법제화, 영어 몰입교육을 저지하기 위해 전교조 내부 조직으로 조합 내 강경파들이 결성을 주장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온건한 투쟁을 주장했던 정진화 위원장을 포함한 지도부는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우리가 바랐던 게 아닌데…”라고 입맛을 다시며 “우리는 실패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안 없이 비판만 한다’는 국민들의 비판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온건한 사업 계획을 세웠는데 물거품이 됐다”고 아쉬워했다.

정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지도부는 새 정부 정책의 진행상황을 본 뒤 학생과 학부모에게 불합리한 점을 설명할 예정이었다. 또 전교조의 대안을 알릴 계획도 세웠다. 이는 “투쟁 일변도에서 탈피해 교육 개혁에 대안을 제시하겠다”던 정 위원장의 뜻이었다. 지도부는 대회에서 투쟁을 외치는 강경파의 발언이 언론에 공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기자들의 대회장 접근을 막기까지 했다.

그러나 ‘강경파’의 목소리를 당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 대의원은 “조합원 수가 줄고 국민 인식이 안 좋은 마당에 강경 투쟁은 전교조에 득이 될 것이 없다”고 우려했다. “전교조가 무너질지 모른다”고 걱정하는 대의원도 있었다. 연가 투쟁과 같은 공세적 투쟁을 할 때마다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외면당했던 기억을 떠올리는 듯했다. 전교조는 내년에 창립 20주년을 맞는다. 전교조 내부에서조차 “전교조에 창립 이념인 참교육은 이미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시위는 물론이고 연가투쟁까지 고려할 것이다.” 대회장을 나서는 한 교사의 말이 차가운 계곡의 겨울 바람만큼 무겁게 느껴졌다.

백일현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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