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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중앙일보를읽고…

인수위의 수도권 교통개선안에 이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승용차로 매일 분당과 서울을 오가는 사람이다. 22일자 중앙일보에 실린 ‘인수위의 수도권 광역교통 개선책’ 기사를 읽고 보낸다. 이 대책은 수도권 정체의 근본 원인을 정밀하게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만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되레 심각한 정체를 부를 우려가 있다.

첫째, 평일 경부고속도로 버스 전용차로제 도입(한남IC~판교IC)은 효과적이지 않다는 생각이다. 출근 때는 반포IC·서초IC 진출이 어려워 판교부터 정체되고, 퇴근 때는 반포IC에서 하행선 진입 차량의 합류로 직진 차량이 방해를 받아 한남대교 이후까지 막힌다. 따라서 전용차로제 실시가 아니라 IC에서의 진출입만 해결하면 수도권 경부고속도로 정체가 상당히 개선될 수 있다.

둘째, 도시고속도로(경부고속도로·올림픽대로)의 다인승 차량 우선차로(핫 레인제) 도입은 부유한 자가 운전자 전용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이와 비슷한 미국 워싱턴의 HOV제도에는 통행료 부과가 없다. 대신 한국의 버스 전용차로제처럼 위반 시 벌금을 물린다.

셋째, 내곡고속화도로 버스 전용차로 설치는 현장을 모르는 탁상 행정이라는 생각이다. 분당에서 출발하는 서울행 버스는 대부분 판교IC를 통해 고속도로를 이용한다. 내곡고속화도로를 이용하는 버스는 얼마 안 되기 때문에 버스가 빠져나가는 내곡IC까지 버스는 거의 정체가 없다. 이곳에 버스 전용차로를 설치하는 것은 승용차로를 줄여 승용차가 분당 전역까지 정체되는 부작용을 부를 것이다.

넷째, 중앙 버스 전용차로 확대는 더욱 심각한 수도권 정체를 초래한다. 수도권 주요 도로 정체의 근본 원인은 신호제어 타이밍이 잘못돼 있기 때문이다. 내곡고속화도로의 분당 쪽 진출입 구간의 경우처럼 신호제어 타이밍만 정밀하게 잘 맞춘다면 수도권 정체의 상당 부분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김영길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