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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상황 잘 맞는 곡” … 베토벤 ‘운명’으로 마무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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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지휘자 로린 마젤과 뉴욕 필하모닉이 28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베토벤을 연주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 문화재단 제공]

28일 오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뉴욕 필하모닉의 공연. 이틀 전 북한 동평양 대극장 공연과 비슷한 장면이 펼쳐졌다. 연주를 마친 단원들이 무대 뒤로 들어가려고 하자, 청중들이 모두 손을 흔들며 이들을 보내지 않은 것이다. 연주자들도 무대 출입문 앞에 모여 서서 한국인과 작별 인사를 했다. ‘싱송 외교’로 주목을 끌었던 평양 연주에서 몇몇 단원들이 감격해 울었던 장면도 똑같았다.

뉴욕 필은 이날 한반도 연주의 대단원을 내리는 곡으로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을 선택했다. 지휘자 로린 마젤은 이 곡의 유명한 도입부를 비교적 부드러운 팡파르로 해석했다. 마지막 악장에서는 밝고 선명한, 뉴욕 필 특유의 소리가 나왔다. 뉴욕 필의 자린 메타 대표는 공연 전 기자 간담회에서 “현재의 상황에 잘 맞는 곡”이라며 현재 한반도 정세를 은유했다.

뉴욕 필은 연주곡 3곡을 모두 베토벤으로 선택했다. ‘에그몬트’ 서곡, 피아노 협주곡 2번(협연 손열음)도 울려 퍼졌다. 지휘자와 오케스트라는 기대와 흥분으로 연주했던 평양 공연에 비해 차분하고 분석적으로 음악을 풀어냈다.

이어진 앙코르 곡부터는 동평양 대극장의 무대를 그대로 재현했다. 특히 평양에서도 앙코르 곡이었던 ‘아리랑’을 연주할 때 객석이 숙연해졌다. 연주를 마친 지휘자 로린 마젤은 “같은 곡을 앙코르로 선택해 두 도시의 시민을 잇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8시 비행기를 타고 뉴욕으로 떠났다.

미국 교향악단 최초의 평양 공연을 마친 뉴욕 필을 직접 보려는 2500여명의 청중이 객석을 빈틈없이 채웠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영화배우 안성기, 디자이너 앙드레 김 등이 참석했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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