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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79) 대전 서구갑 민주당 이강철씨

중앙일보

입력

“정부 예산의 지출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합니다. 지금은 예산 편성에만 급급할 뿐, 어떻게 지출하는지 그 내역을 제대로 공개하고 있지 않습니다. 국민들로부터 거둔 세금인데 당연히 공개해야죠. 경제가 이토록 침체한 덴 정부가 예산을 어떻게 썼는지 투명하게 밝히지 않은 탓도 있다고 봅니다.”

대전 서구갑에서 도전장을 낸 민주당 이강철(47) 지구당 위원장은 지금의 경제 위기는 “돈이, 정작 필요로 하는 곳으로 제대로 흐르지 않아 왔다”며 이에 대처하려면 우선 재정경제부 등 정부의 예산 지출 내역을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최근까지 대전실업극복시민연대 이사를 지냈다. 발등의 불인 청년실업만 해도 “불요불급한 데 간접예산을 투입하는 건 비효율적”이라며 “10만 중소기업에 10조 인건비를 지원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기업에, 실질적인 투자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실업수당 명목으로 나온 돈이 시설투자 등에 쓰이고 있어요. 행정기관이 이렇게 경직적이어선 청년 실업 문제를 풀 수 없습니다.”

충남 부여 출신인 그는 한남대 총학생회장을 지냈다. 스스로 개혁 성향이라는 그가 열린우리당이 아니라 민주당을 택한 건 나름대로 원칙과 철학이 있어서다.

▶이강철 위원장은 진정한 복지란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저소득층 재활사업을 벌이고 기초생활 보장제도를 내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지난 여름 태풍 ‘매미’가 덮친 지역을 방문해 복구활동을 벌이고 있는 이 위원장(오른쪽).

“열린우리당으로부터 입당 권유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그 당이 진정 개혁적인 당이 아니라 가지 않았습니다. 낡은 정치를 바꾸자고 분당까지 했으면 지도부를 그런 사람들로 구성해야죠. 열린우리당의 면면을 보세요. 소위 철새 정치인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는 자신과 본선에서 싸울 열린우리당 후보만 하더라도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을 탈당해 노무현 후보를 강하게 비판하다 막상 후보 단일화가 이루어지자 복당했다”며, “그런 분들과 당적을 같이 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등원 후 당론과 소신이 충돌하면 소신을 관철하겠다고 다짐했다. 단적으로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개혁 입법이 민주당의 당론 투표 결정으로 무산될 위기를 맞으면 소신대로 투표하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자전거 타는 시의원’으로 유명했었다. 매일 자전거로 출퇴근하다 보니 그를 따르는 시민들을 중심으로 자전거 출퇴근운동본부가 만들어 지기도 했다. 그는 대전을 깨끗한 환경도시로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꾸준히 자전거출퇴근운동을 벌이겠다고 다짐했다. 사진은 지난 3월 1일 자전거 출퇴근운동본부회원들과 함께한 이 위원장(왼쪽에서 셋째).

“무소속으로 나갈 생각도 했었습니다. 자유투표가 확립되지 않은 마당에 당에 소속되면 아무래도 의정 활동에 제약이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현실 정치에서 교섭단체 소속이 아니면 소신을 펼치기 힘듭니다. 문제는 저의 의견과 당의 뜻이 서로 다를 때인데, 소신을 꺾고 당의 의견을 따를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노무현 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해선 개혁의 ‘방향’이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노 정권의 가장 큰 문제점은 리더십이 약하다는 겁니다. ‘참여’의 이름으로 권위주의를 청산하겠다고 하지만 그 결과는 참담합니다. 힘이 없는 대통령이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어요. 지금 같은 상황에선 대통령이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하고, 나라의 비전을 제시해야 합니다.”

정치권으로 화제를 돌리자 그는 돈 정치를 강하게 비판했다. 검은 돈으로부터 자유로우려면 정치인 후원회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돈 선거를 차단하려면 선관위가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선거 때 집중적인 감시활동을 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했다.

▶ 이 위원장은 선거를 치르면서 정치인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신이 극에 달했음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그래도 정치 신인으로서 희망을 말한다는 그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며 따뜻한 말 한 마디가 큰 힘이 된다고 했다. 사진=지미연 월간중앙 기자

“특히 선거 자금의 조달과 집행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신문이 대서특필해야 합니다. 지면 사정이 되면 톱 기사로도 실어야죠. 그런 보도를 통해 출마자는 물론 유권자들도 ‘선거 자금만큼은 제대로 거둬 투명하게 써야겠구나’ 하는 인식이 생기도록 해야 합니다.”

선거를 40일 앞두고 있지만 그는 유급 직원을 한 명도 쓰고 있지 않다. 2300명 가량의 자원봉사자가 자비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만한 인원과 조직을 갖추는 데 5~6년이 걸렸죠. 초지일관, 초심을 잃지 않고 꾸준히 활동하다 보니 그분들도 저를 믿고 따라 주시더군요.”

그는 또 여성의 정치 세력화가 이루어져야 정치 부패가 근절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의원 시절 네덜란드 등 유럽의 선진국을 방문했을 때 “부패했던 정치가 여성이 참여하면서 깨끗해 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복지에도 관심이 많다는 그는 당선되면 지역구인 대전 서구를 친환경의 가족도시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 일환으로 행정 타운인 둔산동을 중심으로 문화 시설을 확충하는 한편 원도심 개발을 활성화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행정 수도 이전 등으로 전국토의 균형 개발이 이루어져야 하듯이 대전도 균형 발전을 이뤄야 합니다. 대전엔 다섯개의 구가 있는데, 이들간에 균형 발전이 안 되고 있어요. 특히 서구는 대전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살고 있는 데도 이웃 중구·유성구에 비해 낙후돼 있습니다. 서남부 개발을 서둘러 대전을 균형 있게 발전시키겠습니다.”

김미정 월간중앙 정치개혁포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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