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침에>선거와 지역감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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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수일전 남쪽지방의 어느 대학에 가 있는 후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런저런 얘기 끝에 화제가 요즘의 지방선거로 옮아가자 후배는 대뜸 『이러다가 다시 삼국시대가 오는 것 아니냐』고 걱정을 늘어 놓았다.
후배가 들려준 얘기로는 서울에서 느끼기보다 지방에서 선거열기가 한층 달아 오르고 있는듯 했다.
지금까지의 선거결과가 지역별로 특정정당에 대한 선호도가 워낙확연해 그런지 어떤 곳에서는 이미 「떼어논 당상」인 것처럼 받아들이는 지역 도 있다고 한다.서울에서 내려온 거물 정치인들의언행도 「통합」의 정치보다는 당장 눈앞의 승리를 겨냥한 「분리」의 정치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는 후배의 얘기였다.
불현듯 수년째 계속되고 있는 세르비아와 보스니아간 내전이 떠올랐다. 전진(戰塵)에 시달린 舊유고인들은 요즘들어 부쩍 60~70년대의 「티토」시대를 그리워하고 있다고 한다.2차대전뒤 소련군의 힘을 입지않고 공산정권을 수립한 유일한 나라가 유고다.티토는 2차대전말기 對독일 유격전을 통해 지역.인종별로 복잡한 국가구성요인들을 통합,소위 유고슬라비즘을 확립했었다.
밖으로는 非동맹주의를 내세우고 안으로는 노동자 자치행정을 통해 국가통합을 완성한 티토는 이를 바탕으로 코민포름을 탈퇴하는등 소련등 주변의 외압을 이겨 나갈 수 있었다.
이같은 「티토이즘」의 핵심적인 요소중에는 6개공화국.5개민족.3개종교의 복잡한 국가 구성요소를 한데 묶어 유고슬라비즘을 가능케 한 민족 또는 지역통합정책이 포함돼 있었다.
크로아티아 출신인 티토는 72년 크로아티아에서 개헌을 둘러싸고 소란이 일었을때는 동향인들을 가차없이 엄단하고 들뜬 여론을잠재웠다.
74년 기회가 닿아 그의 생가를 찾아보니 관리인도 없이 가난했던 농가의 세간살이가 그대로 진열돼 있었다.
이 나라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사정이 훨씬 좋다.정치지도자들도,유권자들도 이번 지방선거에 임해선 「통합」의 정치가 무엇인가를 한번 과시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제교과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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