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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문제 잘 풀린다면…" 美, 北 지원 'OK 사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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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左)과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4일(현지시간) 한.미 외무장관 회담을 마친 뒤 국무부 현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워싱턴=연합]

신임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과 미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4일 워싱턴에서 첫 양국 외무장관 회담을 한 뒤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 재개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방법은 6자회담 참석국들 가운데 한국.중국.러시아가 우선 지원을 시작하고, 미국과 일본은 나중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파월 장관은 이날 워싱턴을 방문한 潘장관과 단독 회담을 한 뒤 오후 2시 국무부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이번 6자회담에서 우리의 몇몇 우방국들은 북한이 핵 전면폐기에 동의하고 그 과정으로 동결을 시작하면 즉각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북한 측에 분명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몇몇 국가들은 이번에 북한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파월 장관은 하지만 "미국과 일본은 아니다"라면서 두 나라는 빠진다는 것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潘장관은 오후 4시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추가 간담회에서 "시차적인 개념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그동안 "핵폐기에 대한 보상은 절대 없다"고 강조해 왔기 때문에 운신의 폭이 매우 좁은 게 사실이다. 일본 정부도 납치 문제 때문에 북한과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북한 역시 경제지원 등 구체적 보상이 없는 한 옴짝달싹하지 않을 태세다.

따라서 한.중.러 3국이 우선 북한에 지원을 시작하고, 이를 고리로 북한이 핵폐기 쪽으로 진전시켜 나가면 미국과 일본이 참여한다는 것이다. 潘장관은 특히 이날 대북 경제지원에 대해 강한 의욕을 표시했다.

그는 "남북관계 진전과 핵 문제의 해결이 반드시 직접 연계가 돼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핵 문제가 안 풀린다고 남북관계 개선이 전혀 안 되는 것도 아니고, 남북관계가 나쁘다고 핵문제가 안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북한에 대한 지원 방법도 암시했다. "전기나 에너지 지원은 북한에 직접적으로 가는 게 아니라 북한에 가있는 우리 기업을 지원한다고 하면 되는 것이고, 이는 미국도 양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통'으로 불리는 潘장관에 대해 미국 측은 적지 않은 예우를 했다. 도착 당일인 2일엔 부시 대통령과 면담했고, 4일엔 파월 장관과 배석자 없이 30분간 만났다.

파월 장관은 "한.미 간에는 정상 간, 외교부 장관 간 신뢰가 중요하다"면서 "서로 긴밀한 신뢰를 갖자"고 강조했다고 한다. 潘장관은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등과도 만났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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