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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빼든 박재승 ‘공천 특검’ “호남 의원 30% 탈락시킬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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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원회(박재승 위원장)는 26일 “호남지역 현역 의원 30%를 1차 공천심사에서 탈락시키겠다”고 밝혔다. 공심위는 25, 26일 양일간의 릴레이 회의 끝에 이 같은 내용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박경철 공심위원은 26일 브리핑을 통해 “30% 물갈이는 1차 심사에서 현역 의원들을 걸러내는 기준이므로 추후 2, 3차 심사를 거치면서 호남지역의 물갈이 폭은 훨씬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박 위원은 구체적 방법에 대해 “현역 의원에 대한 인지도, 의정 만족도, 재출마 지지도, 17대 총선 투표에 대한 의향 등을 수치화해 하위 30%를 제외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남 지역 의원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와 의정활동조사를 벌여 평가 지수를 산정하고 이를 A(25%)·B(25%)·C(20%)·D(30%)의 4개 그룹으로 나눈 뒤 ‘D’등급에 해당하는 의원은 무조건 탈락시키겠다는 방침이다. 박 위원은 “이 기준에 따르면 호남 의원 31명 중 불출마 선언을 한 인사를 뺀 29명 중 전북에서 3명, 광주·전남에서 6명이 탈락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박 위원은 또 “수도권의 경우에도 30% 물갈이 목표를 세우고 있으나 경쟁력과 총선 구도 등을 감안해 좀 더 논의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전했다. 인물난이 심각한 수도권에선 현역 의원의 30% 교체가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결국 인적 쇄신을 강조해온 공심위의 화살은 공천 경쟁률 6.5대1을 기록한 호남 지역에 집중될 전망이다.

발표와 동시에 당은 술렁이고 있다. 공천 신청을 낸 예비 후보들은 그동안 손학규 대표와 박 위원장이 여러 차례 강조해온 호남 지역 쇄신 공천의 윤곽이 드러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박 위원장이 빼든 칼을 지켜보는 시선은 두 갈래로 나눠졌다.

우선 수치가 명시된 데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10명의 예비후보들로부터 도전을 받고 있는 지병문 의원(광주 남구)은 “교체 목표를 정하고 이를 달성하려는 건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 의원은 “현역 의원의 기득권을 인정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이 당 저 당을 돌아다니면서 눈치만 본 사람들도 있는데 공천을 처음 신청했다고 참신한 인물은 아니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상천 대표와 겨뤄야 하는 신중식 의원(전남 고흥-보성)은 “의정평가를 얼마나 객관적으로 해내느냐가 관건”이라며 “현역의원 교체 목표치를 설정하는 건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현역 의원과 공천 경쟁을 벌이는 도전자들은 일단 환영한다면서도 미흡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 의원과 경쟁 중인 정기남 예비후보는 “일단 공천심사위의 과감한 인적 쇄신 의지를 환영한다”고 말한 뒤 “지역 주민들의 여론을 충분히 반영해 좀 더 과감한 인적 쇄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주 완산을에 공천을 신청한 장세환 전 전북 부지사는 “국민의 여론을 반영한다면 당연히 교체 비율은 30%를 훨씬 넘어설 것”이라며 “오히려 30%라는 목표치가 상한선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전북 익산갑의 강익현 예비후보는 “목표치를 정하지 않으면 현역의원을 못 바꾼다. 새천년민주당 때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며 “국민이 당을 만들어준 지 4년도 못 돼 망하게 한 주역들인데 50% 이상은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병도·김재홍 두 명의 현역 의원과 공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광주지역 예비후보는 “물갈이 목표를 고작 30%로 정한 건 국정 실패의 책임을 묻고자 하는 국민의 열망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예년 총선 공천에서 현역 의원 교체 비율이 40% 이상이었음을 생각할 때 턱없이 부족한 비율”이라고 말했다.

임장혁 기자

◇박재승=통합민주당이 대통합민주신당 시절 4월 총선 공천을 위해 외부에서 영입한 공천심사위원장. 판사(사시 13회) 출신인 그는 1977년 중앙정보부의 민원 청탁을 거절했다가 박정희 정권에 밉보여 제주지법으로 쫓겨난 일도 있다. “국민 눈높이에 맞춰 공천 심사를 하겠다”고 말하는 등 소신이 강해 민주당 안에서 ‘공천 특검’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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