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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외국추리물 무대로 인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한반도가 국제적인 음모를 다루는 외국추리소설의 인기무대가 되고 있다.
최근 국내에 번역출간된 미국 최고 베스트셀러작가 톰 클랜시의신작 『OP센터』(원제 Op Center)가 한반도를 무대로 가상전쟁 시나리오를 전개하고 있으며 지난해 나온 리처드 마친코의 『붉은 세포』(Red Cell)도 북한의 핵 문제를 둘러싼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주제를 이루고 있다.또 스티브 새건의 『파문』(The Circle) 또한 79년 10.26사건의 내막을 그려 5共시절 판금당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들 작품은 한반도의 분단상황과 북한의 핵문제가 외국인들에게어떻게 비치고 있는가하는 「제3자의 관점」을 제공해줘 흥미롭다. 특히 톰 클랜시는 미국 CIA강사를 할 정도로 군사전략.국제정보에 탁월한 식견을 인정받고 있는 작가며,美특수부대 지휘관출신인 리처드 마친코 역시 세계각국의 전쟁상황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지니고 있어 주목된다.
부시행정부 시절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를 지낸 스티브 피체니크가 공동작가로 참여한 『OP센터』는 8.15 광복절 기념식이 진행되던 경복궁에서의 폭탄테러사건으로 시작된다.
테러현장에서 북한의 소행으로 보이는 증거물들이 발견되자 백악관은 직속비밀작전본부인 OP센터를 가동,비밀리에 북한상공에 정찰 헬기를 띄우지만 북한 영공에서 피격당한다.분노한 미국은 사리원에 보복폭격을 가해 전쟁의 위기가 고조된다.
그러나 클랜시는 영웅적인 주인공들의 수사력으로 폭탄테러가 사실은 남한군부의 극우 反통일론자들에 의해 저질러졌으며 오히려 북한의 협조로 그 일당이 일망타진되는 것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키고 있어 눈길을 끈다.
『붉은 세포』는 마친코 자신이 주인공.도쿄(東京)나리타공항의보안상태점검을 위해 가상테러리스트로 초빙된 그는 임시폭발물 설치 작업을 하던중 우연히 핵무기부품을 몰래 나르던 북한 테러리스트 4명을 발견,사살한다.
이 사건이후 마친코는 특수부대 「붉은 세포」를 이끌고 핵무기부품과 장비가 밀반입되는 것으로 여겨지는 청진항에 침투,북한의선박과 잠수함을 폭파시킨다.그러나 결국 미국에서 밀반출된 핵무기의 종착역이 북한이 아니라 일본이어서 북한은 이용만 당한 셈이며 핵무기를 빼돌리려 한 미국의 악당들이 특수부대의 활약으로모두 잡힌다는 결말이 약간 실망스럽다.
한편 『π=10.26 회귀』란 제목으로도 출간됐던 『파문』은미국 CIA와 한국의 중앙정보부장이 손을 잡고 박정희(朴正熙)대통령을 제거한 후 차기대통령까지 점찍어 놓았으나 지원키로 했던 전장군이 배신,권력을 쥐는 과정을 그리고 있 다.
이처럼 우리나라가 국제음모의 무대로 인기를 모으는 것은 그동안 첩보소설의 주요소재였던 美蘇냉전체제가 와해되면서 작가들이 새로운 정치이슈들을 찾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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