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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움교 후계자 왜 살해했나-右翼단체 조종 혐의짙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최근 일본 사회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은 23일오후 우익단체 소속원이라는 한국국적의 한 청년이 오움진리교의 2인자를 칼로 찔러 살해하는 뜻밖의 사건이 가세(加勢),좀체 해법(解法)을 찾을 수 없는「고차원 방 정식」이 되고 말았다.
또 경찰수사를 통해 이 골치아픈 방정식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일본 사회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점들이 총망라돼 적나라하게 노출됨으로써 일본사회 전체를 충격속에 몰아넣고 있다.
사건 직후 도쿄(東京)아카사카(赤坂)경찰서로 이송돼 조사를 받고 있는 범인은 미에(三重)縣 이세(伊勢)市의 우익단체인 신주시에이칸(神洲士衛館)소속 한국국적의 서유행(徐裕行.일본명 조히로유키)씨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정치단체로 등록한 신주시에이칸에는 徐씨를 포함해 모두 4명의 조직원이 있으나 정치활동은 전혀 하지 않고 있으며,일본 최대의 야쿠자(폭력단)조직인 야마구치(山口)組의 조직원들이 수시로 드나들었다는 정보가 들어와 있다.
그러나 이 단체의 후지타 센쇼(藤田善勝)대표는『徐씨를 전혀 아는 바 없다』고 말한다.
범인 徐씨는 또 가나가와(神奈川)縣 출신의 재일한국인 3세로지난 80년말 재외국민으로 등록했다는 소문도 있으나 가나가와縣민단지부에서는『아직 그러한 인물을 찾지 못했다』며 부정해 사실여부는 좀 더 두고봐야 할 것 같다.
일본 경찰은 徐씨가 자칭 우익단체에 소속돼 있다고 말한 점과최근 오움진리교에 대한 우익단체들의 반발 표출이 잦았던 점을 들어 이들이 배후에서 범행을 조종했을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보고 수사를 진행중이다.
일본의 우익단체들은 사린사건이 발생한 이후 수차례에 걸쳐 선전차량을 동원해 교단 관련시설 앞에서 『오움은 물러가라』며 시위를 했으며,지난 90년부터 우익들이 오움진리교 신자들을 폭행한 사건도 빈발했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지하철 사린사건의 범행 단체로 오움진리교를 주목하고 있는 경찰은 사린제조의 열쇠를 쥐고 있는「과학기술성」장관 무라이 히데오(村井秀夫)가 졸지에 사망함으로써 앞으로의 수사에 큰 지장이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일본 국민들은 우익.야쿠자.재일한국인등 예외적인 용어가 뒤섞인 이번 사건에 대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또 이번 사건이 취재진과 경찰이 구름처럼 몰려있는 공개된 장소에서 버젓이자행돼 상업성으로 치닫고 있는 일본의 언론과 日 경찰의 무능함에 대한 비난도 빗발치고 있다.경쟁적으로 눈길을 끌기 위한 무책임한 언론의 취재 풍토와 사건의 중요한 혐의자를 방치해 둔 경찰의 속수무책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다.
그러나 일본 국민들이 이 보다 더 우려하는 것은 일본 사회를총체적인 위기로 몰아가고 있는 이번 살해사건이 또 다른 사건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무라이는 이번 사건으로 오움진리교 신자들에겐「순교자」가 된셈입니다.사회와 대립관계를 계속해왔던 신자들이 또 다른 폭력으로 대응하기 시작한다면 정말 큰 일입니다.』 뉴스를 보고 있던일본 국민들의 한결같은 우려다.
[東京=金國振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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