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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전망>기관 종목교체기 양극화 지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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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주가는 끊임없이 메시지를 보내고 있지만 그것을 재빨리 읽어내기가 어려울 뿐이다.』주가가 형성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수밖에 없고 그같은 사연을 규명해내지 못하고선 성공투자로 갈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지난주 후반부터 증권가에선 「기관동조화 현상」이란 말이 갑자기 번지기 시작했다.동조화란 글자 그대로 기관투자가들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현상이다.실제로 기관들은 최근 저가대형주나 중소형 개별종목을 처분한뒤 핵심블루칩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블루칩의 거래대금 독식현상,삼성전자.현대자동차등은 사상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은행.증권.건설주는 88년이후 최저가를기록하고 있는 극심한 주가차별화 배경을 추적한 증권분석가들이 붙인 이름이다.
〈그림참조〉 기관동조화의 배경으로는 결산기가 끝난 투신.증권사.은행등의 포트폴리오(자산구성)재편이 꼽히고 있다.펀드매니저(자산운용자)가 바뀐 곳이 많다.펀드 구성종목 가운데도 「헌옷」이 많아 종목교체 작업은 이미 예고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4월초 주가가 비틀거릴 때만 하더라도 팔짱을 끼고있던 펀드매니저들은 주가가 반등한 중순부터 여지없이 종목정리작업을 시작했다.주요 매도대상종목이 한때 작전주로 위력을 떨쳤던 중소형 개별종목,은행.건설.증권등 대중주였다.손실을 내는 「팔자」도 개의치 않았다.그들의 관심은 당장의 수익이 아니라 1년농사를 위한 씨뿌리기였던 셈이다.
은행.증권.건설등을 「안되는 종목」으로 꼽은 배경에 대해 한증권전문가는 『경상수지 흑자시대,다시 말해 주식시장에 도는 돈이 풍성해지기 전까지는 값이 싸다는 이유만으로 메릿이 없다는 판단이 곁들여 있는 것 같다』고 헤아렸다.
씨뿌리기 대상은 초유의 호황을 맞고 있는 경기관련주로 압축됐다.기관투자가까지 가세했던 작전,그로 인한 구속사태,단기시세는어떨지 몰라도 1년농사 수확에는 증시의 단기적 수급사정에 매달리는 투자가 결코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반성이 실적중심의 정석투자로 발길을 돌리게 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투신사 펀드매니저는 『기관들의 종목교체작업은 한달정도가 걸리나 이제 절반정도가 진행됐다』고 말했다.손절매(損切賣)만큼의 과감한 결단도 드물다.추가로 들어오는 자금은 없고,남은 식량으로 농사를 지을때 쓰는 비상수단이다.월말 자금 수요가 많은다음주에도 주식시장 쪽으로 자금유입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기관들의 종목교체가 멈춰지지 않는한,활발한 자금유입 이뤄지지 않는한 주가차별화의 여건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인 셈이다. 許政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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