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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교수평가 실명 공개’ 학내 찬반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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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동국대가 최근 학생들이 매긴 교수 평가 점수를 공개했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서다. 실명으로 교수 평가 점수를 공개한 것은 국내 대학에서 처음이다.

실명 공개를 놓고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 교수들은 반발한다. 정재형 동국대 교수회 회장은 “대학 교육이라는 전문적인 분야를 학생들의 인기투표에 맡기는 선정주의”라며 교수들의 비판을 대변했다. 반면 상당수 젊은 교수들은 “대학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공개 평가는 피할 수 없다”며 찬성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학생들도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수강신청 때 참고자료가 됐다”는 긍정적 반응과 “평가가 객관적으로 이뤄졌는지 의문”이란 부정적 의견이 혼재돼 있다.

그렇지만 실명 공개를 추진한 오영교 동국대 총장의 입장은 확고하다. “대학이란 교육 시장에서 학생은 고객이고 강의는 상품이다. 고객이 더 나은 상품을 고르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교수 평가 공개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오 총장과의 일문일답.

-사전 협의 없이 교수 평가를 공개했다며 일부 교수들이 반발한다.

“평가 공개는 교수들과 협의할 사안이 아니다. 강의 평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은 지난해 4월 취임 당시 ‘108프로젝트’를 통해 밝힌 내용이다. 고객인 학생들이 원하는 강의, 고객 중심의 강의를 위해 필요한 조치다.”

-평가가 인기투표로 변질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일부 학생만 참가했다면 모르지만 전교생의 97%가 평가에 참여했다.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매 학기 두 번, 앞으론 세 번 평가를 할 텐데 인기 영합적인 결과가 나올 수 없다고 본다. 학생들은 공부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정말 듣고 싶은, 공부하고 싶은 강의를 원한다.”

-학생들의 평가와 학교 측의 평가에 차이가 있나.

“큰 차이가 없었다. 학생 평가 결과와 평소 학교 당국이 자체 평가한 내용이 비슷했다. 적극적으로 가르치는 분들이 학생 평가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자기 혁신 없이 옛 명성만 가지고 자리를 유지하기는 어렵다.”

-평가 결과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지난해까지 교수들에게 70만~700만원의 차등 성과급을 지급했는데 올해는 0~1000만원으로 폭을 늘렸다. 성과급 지급에 강의 평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 또 강의 평가를 지난해부터 실시한 고객만족 평가와 더불어 교수 평가에 중요하게 반영할 생각이다. 2년 동안 두 번 이상 하위 10% 이하에 속한 외래강사는 2년 간 강사 위촉을 하지 않기로 했다.”

- 학생들의 반응은 어떤가.

“매우 좋다는 평가다. 앞으론 ‘평가가 얼마나 타당하게 이뤄졌느냐’ 하는 논란을 줄여야 한다. 평가 문항을 더욱 정교하게 개선하겠다.”

이충형 기자, 조영갑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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