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60년, 산업·민주화 세대의 위대한 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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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25일 국회에서 취임식을 마치고 카퍼레이드를 벌이며 길가의 환영 인파를 향해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명박 대통령 임기 중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경제 살리기’와 ‘사회 통합’이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그는 경제 살리기와 사회 통합 이미지를 강조해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 냈다. 이 대통령은 25일 8700여 자로 된 취임사를 36분에 걸쳐 소화하면서 그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 경제 살리기를 강조하면서도 이를 위해 통합이라는 용광로 속에 대립과 갈등을 녹여 내야 한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던졌다.

그는 연설 도입부부터 “대한민국이란 신화와 기적은 우리가 다 함께 흘린 피와 땀과 눈물의 결정이자 우리가 살아 온 진실한 삶의 눈물겹도록 위대한 이야기”라고 강조하며 ‘통합’에 무게를 싣기 시작했다. 이어 “산업화와 민주화의 결실을 소중하게 가꾸자”며 “지난 10년, 성취의 기쁨은 물론 실패의 아픔까지도 자산으로 삼아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한민국의 선진화를 이룩하는 데에 나와 너가 따로 없고 우리와 그들의 차별이 없다”며 “협력과 조화를 향한 실용정신으로 계층 갈등을 녹이고 강경 투쟁을 풀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어 “민주화와 산업화의 통합” “노와 사의 동반자 시대” “투쟁의 시대를 끝내고 동반의 시대를 열자” 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통령은 이날 애드리브를 통해서도 통합 컨셉트를 강조했다. 연설 초반 전직 대통령들과 귀빈들을 일일이 소개한 뒤 그는 “특히”라며 원고에 없는 말을 꺼냈다. 그러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해 뒤를 돌아보며 “지난 5년간 수고한 노무현 대통령께, 여러분, 박수로 한번 격려해 주시기 바란다”며 전직 대통령인 노 전 대통령을 각별히 챙겼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가 풀어야 할 최대 과제가 경제 살리기라면 이는 결국 사회 통합 없이 불가능한 것 아니냐”며 “이념 없는 실용 사회도 결국 통합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합을 강조한 취임사는 류우익 대통령실장이 주도해 만들었다. 류 실장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이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을 담당해 왔다. 류 실장과 함께 박형준 의원과 박재완 청와대 정무수석,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신재민 전 당선인 비서실 정무1팀장, 김영수 영남대 교수 등이 취임사 작업에 참여했다. 실무팀은 지난해 12월 말 꾸려졌다. 모여서 토론한 뒤 초안을 만들고 이어 독회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지난주에는 청와대 수석들도 세 차례나 취임사 초안에 대한 독회시간을 가졌다.

취임사에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대한민국’으로 모두 17번 쓰였다. 이명박 정부의 키워드인 ‘선진’은 15번, ‘기업’은 14번, ‘경제’는 11번, ‘발전’은 10번, ‘변화’는 6번, ‘실용’은 5번 언급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5121자의 취임사에서 ‘평화’라는 단어를 18번 사용했었다.

취임사에 이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점도 눈에 띈다. 대운하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거운 만큼 통합을 강조하는 취임사에서 아예 언급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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