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무신경한 장관 인선에 실망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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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된 지 6일 만에 물러났다. 그는 그동안 “40건의 부동산은 대부분 상속받았거나 세상을 떠난 남편의 유산”이라고 해명해 왔다. 그게 사실이라면 당사자로서는 억울하겠지만, 이제 사퇴했으니 진위를 가릴 수는 없게 됐다. 야당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다른 장관 후보자와 청와대 수석 등 3명도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새 정부의 내각과 청와대 수석에 대한 인선 작업을 하면서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느냐 하는 점이다. 물론 재산이 많은 것이 공직을 맡는 데 결격사유가 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일부 장관 후보자와 청와대 수석들은 상식선을 넘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부동산 부자가 많았다. 이런데도 내부에서 지적조차 나오지 않았다면 의사소통 과정에 결함이 있다. 만일 그냥 밀어붙였다면 오만한 것이다. 집을 한 채 가진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의 ‘부동산 부자 내각’에서 내놓는 부동산 정책을 국민이 어떻게 믿고 따를 수 있겠는가. 그 무신경함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국민은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정권을 선택하면서도 우려가 없지 않았다. 과거 보수정권 시절처럼 도덕적 결함에 대해 무감각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 그것이다. 그런 국민의 우려를 알고 있었다면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인선은 피했어야 했다. 새 정부의 첫인상을 좌우할 조각인 만큼 더욱 신중했어야 했다. 의혹 당사자들의 해명도 상식선을 벗어났다. ‘유방암이 아니라는 판정을 받은 기념’으로 남편이 오피스텔을 선물로 사 주고, ‘자연을 사랑해서’ 직접 농사를 짓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절대농지를 구입했다는 것인가. 제자의 논문을 표절한 의혹을 받고서도 제대로 해명하지 않는 이유는 또 무엇인가.

국회 청문회를 지켜보고 판단하겠다는 안이한 자세로는 안 된다. 새 정부의 청와대가 재검증을 하고 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그래야 국민의 실망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다. 새 정부는 인사 검증 시스템을 정비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제대로 챙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