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1990년대 중견 음료업체와 손잡고 식혜를 캔 음료로 만들어 식혜 음료 시장을 1000억원대 규모로 키워놓은 주역이다. 한때 그의 식혜 납품회사는 200억원 넘는 연매출을 올릴 정도로 승승장구했다. 2000년대 초반 이를 접은 건 납품을 받아주던 기업이 자체 설비를 갖춰 식혜 캔을 생산한 때문이다. ‘평생 엿기름만 납품하는 데 안주할 수 없다’는 생각이 머리를 계속 맴돌았다.
감은 당도가 22~26브릭스(당도의 단위) 정도로 높다. 떫은 맛을 내는 타닌도 풍부하다. 프랑스산 포도에 비해 손색이 없는 과실주 원료라는 것이다. 그는 발효를 좀 더 공부하려고 경북대 식품공학과 석사과정에 입학했다. 이어 계명대·경북대의 연구팀과 힘을 합치고 국내 주류회사 와인 전문가 두 명을 영입했다. 숱한 시행착오 끝에 2004년 신제품이 나왔다. 새로운 발상과 새콤달콤한 맛 덕분에 매출이 꾸준히 늘었다. 지역 특산물을 잘 활용했다는 점을 높이 사 지난해 청와대 추석선물로 1만1000병을 납품하기도 했다.
하 사장의 다음 목표는 세계에 감 와인 맛을 알리는 것이다. 이미 미국·일본 무역업체와 수출 상담에 들어갔다. “술은 그 나라의 문화잖아요. 맛있고 뒤끝 없는, 어디 내놓아도 자랑스러운 술을 만들겠습니다.”
임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