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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리스 ‘달콤한 유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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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월 10만원대에 수입차를 살 수 있다? 수입자동차 업계에 인하 경쟁이 불붙었다. 이번엔 차값이 아닌 월 납입금 낮추기 경쟁이다. 지난해 이미 매달 19만원에 수입차를 굴릴 수 있는 리스 상품이 나왔고, 최근엔 11만원대까지 낮춘 상품도 등장했다. 늘어나는 20, 30대 젊은 고객을 잡기 위한 전략이다. 하지만 매달 내는 돈이 싸다고 덜컥 구매하기엔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게 많다.

◇10만~20만원대 리스 상품 봇물=크라이슬러코리아는 24일 닷지 캘리버의 월 납입금을 11만4000원으로 낮춘 특별금융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하루 3800원에 닷지 캘리버를 살 수 있다’는 문구로 대학 졸업을 맞은 20대 젊은이들을 노리고 있다. 벤츠코리아도 이달 초 마이비의 한달 납입금을 27만7000원에서 18만9000원으로 낮췄다.

지난해 폴크스바겐 뉴비틀과 혼다 시빅이 19만원대의 리스 상품을 처음 내놓은 데 이어 업체마다 10만~20만원대 리스 상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품은 차값의 일부를 리스 기간이 끝난 뒤 내는 ‘유예 금융리스’ 프로그램이다. 과거 리스 프로그램은 유예금이 차값의 30% 수준이었지만 업체들이 월 부담을 낮추기 위해 최근엔 유예금을 67%까지 올렸다. 수입차에 관심이 많은 젊은 고객을 끌어 모으기 위한 전략이다.

회사원 김정상(34)씨도 이달 초 월 28만7000원짜리 리스 프로그램을 이용해 폴크스바겐의 중형 세단 파사트를 구입했다. 그는 “초기에 내는 금액이 줄어 부담이 훨씬 덜하다는 점에 끌려 리스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폴크스바겐에 따르면 최근 구입하는 개인 고객 중 절반 가까이가 리스 프로그램을 선택한다. 크라이슬러코리아 관계자는 “이자를 부담하더라도 원하는 차를 사겠다는 젊은 층의 수요가 느는 추세”라며 “리스 프로그램이 목돈이 없는 소비자에게 차 살 길을 열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자 비용 꼼꼼히 따져야=초기 부담이 적다고 경제적인 건 아니다. 월 납입금을 줄인 대신 이자 부담은 커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일시불로 사는 것과 비교하면 리스 프로그램은 7~11%의 이자 비용이 추가된다.

특히 이런 상품은 3년 뒤 차를 반납하는 게 아니라 반드시 유예금을 내고 차를 사야 하는 조건이 따라붙는다. 따라서 차값의 60%에 달하는 유예금을 한꺼번에 내려면 부담이 만만찮다. 리스료에 대한 세금 혜택이 있는 법인과 달리 직장인은 이런 세금 혜택도 없다. 이 때문에 포드코리아 관계자는 “3년 뒤 적금을 타 목돈이 생기는 경우가 아니라면 리스보다는 일반 할부 프로그램이 경제적”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리스로 덜컥 샀다가 감당하지 못해 중고차 시장에 나오는 수입차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자가 얼마나 비싼지, 부담할 능력이 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조언이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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