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침대와 쿠션, 도자기 식기, 디럭스 화장실, 정수기…. 사람이 이용하는 콘도나 호텔의 옵션 사항이 아니다. 오로지 고양이를 위한 시설이다. 최근 애묘인(愛猫人)들이 급격하게 늘면서 전용 까페가 잇따라 생기더니 이제는 하루 10만원 대에 이르는 최고급 고양이 호텔까지 등장했다. 사람이 이용하는 웬만한 수준의 호텔과 비슷한 비용이니 말 그대로 ‘고양이 팔자가 상팔자’ 시대가 활짝 열린 셈이다.
호텔은 1박에 1만5000원짜리 일반실부터 10만원 짜리 스위트룸까지 15개의 객실을 갖추고 있다. 개별 환기 시스템이 있고 침대와 쿠션, 캣워커나 캣타워, 정수기, 도자기 식기와 장난감 등이 등급별로 배치된다.
이씨는 스위트룸을 빌려 2주 동안 150만원 정도를 냈다. 웬만한 용돈이나 월급과 비슷하지만 그녀는 “고양이를 가족처럼 생각하다보니 전혀 아깝지 않다”고 전했다. 이씨 말고도 매주 평균 10명 이상이 이 곳을 찾는다. 고양이 호텔을 운영하고 있는 정승원씨는 “대부분 혼자 사는 여성이나 직장 여성인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들고양이도 호텔에 모셔= 호텔 외에 까페ㆍ병원까지 합치면 고양이 관련 시설은 전국에 수십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강남25시동물병원 관계자는 “예전에는 강아지를 맡기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에는 고양이를 맡기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전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페르시안ㆍ러시안 블루 등 고급 품종만 이런 시설을 이용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주요 고객은 아이러니컬하게도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들고양이 ‘코리안숏헤어(일명 코숏)’들이다. 정승원씨는 “품종 자체보다 주인이 얼마나 고양이를 사랑하는지에 따라 이용 시설이 달라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김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