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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에세이] 도덕 교재에 실리는 홍콩 연예인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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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홍콩 연예인 음란 사진 파문의 주인공들이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지난달 27일 유명 배우 에디슨 찬과 여성가수 질리안 청의 음란 사진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시작된 파문이 한 달 가까이 됐다.

우선 음란 사진의 남자 주인공인 에디슨 찬이 연예계 영구 은퇴를 선언했다. 인터넷에서는 네티즌의 비난이 갈수록 심해져 당장 그에게 위해라도 가할 태세다. 놀란 에디슨 찬은 자신의 신변 보호를 위해 수명의 경호원을 새로 고용해야 했다. 홍콩 젊은이들의 우상으로까지 불렸던 28세 젊은 가수가 팬들의 싸늘한 시선을 받으며 무대에서 퇴장해야 하는 처량한 신세가 됐다. 인기에 맞는 도덕성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피해자인 셈인 여성 연예인들 역시 처신이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인터넷에서는 음란 사진을 촬영한 여성 연예인들에 대한 욕설이 쏟아지고, 그들의 연예 활동에 대한 보이콧 캠페인까지 벌어지고 있다.

음란 사진의 여파는 다른 연예인 혐오증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추세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홍콩 종교와 교육계가 나섰다. 음란 사진 파문을 계기로 홍콩의 도덕성을 바로 세우겠다는 것이다. 홍콩 가톨릭 교구는 이번 사건과 관련된 교재를 만들어 교구 산하 300여 학교에 배포하고 학생들의 도덕 교육 강화에 나섰다. 또 정부에 대해선 당장 다음 학기부터 교과서에 사건 내용을 담고 학생들에게 올바른 성 윤리관을 심어 주는 교육을 하라고 촉구했다.

학계도 동참했다. 홍콩의 링난대학은 다음 학기부터 이번 사건의 전말과 문제점을 직시한 교재를 만들어 학생들이 올바른 성윤리를 갖도록 토론식 교육을 강화할 계획이다. 교육연맹은 언론이 선정적 보도를 지양하고 사건의 본질과 이를 통한 사회의 반성을 이끌어내야 홍콩의 미래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도덕성이 결핍된 사회는 진정한 미래가 없다는 메시지다.

이번 사건은 연예인도 사회적 영향력이 막강한 만큼 이에 걸맞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실천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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