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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어민 강사가 서빙 … “외국 온 것 같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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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잉글리시 레스토랑’ 에서 원어민 강사가 공형동군 가족에게 주문을 받고 있다. [최정동 기자]

“And… what do you want?(넌 뭘 먹을래?)”

금발머리 초록 눈동자의 누나가 영어로 묻자 공형동(10·상곡초 4)군의 얼굴이 빨개진다.

“음…음…아이 라이크 ‘주니어 윙’(닭날개 튀김)!”

동생 정배(8·상곡초 2)군이 “아이 라이크 치킨!” 하고 끼어들었다.

“Oh, excellent choice!(잘 골랐구나!)” 누나의 칭찬에 형동군이 활짝 웃는다. 엄마 장필순(39)씨도 “아이 원트 오렌지 주스!” 하고 키 큰 영국인 청년에게 주문한다. 전날밤 30분 동안 영어로 주문하는 연습을 다같이 했다고 한다. 온 가족이 해외 여행이라도 온 걸까.

19일 오후 6시30분 패밀리 레스토랑인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 서울 노원점 2층은 미국에 있는 식당 같았다. 노원구 영어마을 교사인 뉴질랜드인 로셸 솔트(28·여)와 영국인 알렉스 플라워스(26)가 ‘영어 전용(잉글리시 존)’ 테이블 8개를 바삐 오가며 영어로 주문받고 손님들과 대화를 나눈다. ‘잉글리시 존’은 노원구가 구민들의 생활영어 실력을 높이기 위해 기획한 사업이다. 이 레스토랑은 이날부터 매주 화요일 오후 5~8시, 하계동의 레스토랑 ‘일 파르코’는 25일부터 매주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오후 6~9시 ‘잉글리시 존’을 운영한다.

첫날 손님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평소엔 한산한 평일 저녁 시간인데 ‘잉글리시 존’은 예약 손님 26명으로 꽉 찼다. 권두영(11·상경초 4)군은 “학원에도 원어민 선생님이 있지만 외국인과 말을 해보고 싶어 왔다”고 한다. 두영군이 “마이 마더스 시스터”라며 이모를 가리키자 알렉스가 “Aunt(안트)”라고 고쳐준다. 내승현(9·덕암초 2)양은 “김치를 제일 좋아하고 학교엔 친구가 많다”고 영어로 유창하게 말해 칭찬을 받았다. 같은 반 친구인 전소연(14·불암중 1)·이고은양은 원어민 강사들과 함께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고, 외국 생활을 질문한다. 김도형(24·성균관대 경영학과 3년)씨는 “교환학생으로 가기 위해 준비 중인데, 외국인 친구를 사귀고 싶어 왔다”며 원어민 강사와 e-메일 주소를 교환했다.

짧은 식사 시간 동안 영어 실력이 길러질까. 내지태(43·사업)씨는 “자기 소개 등 평범한 대화밖에 하지 못해 아쉬웠다”고 말했다. 원어민 강사들은 “한국 사람들은 영어로 말하는 걸 무서워하는데, 평소에 오던 식당이라 편안해하는 것 같다”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는 아이가 많았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채연 아웃백 노원점주는 “예상보다 반응이 좋아 잉글리시 존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음 주에 친구 효민이 생일 파티 하러 또 올래요. 시 유 넥스트 튜즈데이!” 형동군이 큰 소리로 외쳤다.

구희령기자 hea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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