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돈부시 MIT교수 朴英哲금융연구원장 엔高진단 전화대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달러값이 도쿄외환시장에서 한때 79엔대를 기록하는 폭락세를 보였다.本紙는 박영철(朴英哲)금융연구원장과 거시경제와 국제금융분야의 세계적인 석학 루디거 돈부시 美MIT교수를 연결,超엔高현상의 원인을 진단하고 앞으로의 추세를 전망하는 긴급전화대담을마련했다.대담은 19일 오전 11시부터 한시간에 걸쳐 서울 금융연구원장실과 美보스턴 소재 돈부시교수의 자택에서 진행됐다.
-박영철(朴英哲)원장=오늘 아침 도쿄외환시장에서 달러당 80엔선이 무너지면서 달러당 79엔대에 들어섰습니다.달러의 하락은예상된 일이기는 하지만 일본에는 80엔붕괴가 적지않은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루디거 돈부시교수=달러값이 80엔선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사실은 충분히 예견됐던 일입니다.다만 그 시기가 언제인가가 관심이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왔을 뿐입니다.사실 달러의 하락세가 예상된 만큼 80엔이 무너졌다는 것은 숫자가 가지 는 상징이외에 별다른 의미가 없습니다.그보다는 이같은 현상의 배후에 있는경제적 요인들을 제대로 짚어내는 것이 중요하지요.
-朴원장=달러하락(엔高)에 대해 일본쪽에서는 야단이지만 미국이나 유럽쪽에서는 별다른 반응이 없어 보입니다.또 일본정부가 지난주 발표한 엔高대책도 외환시장에서는 별다른 효과가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돈부시교수=그렇습니다.최근의 달러하락(엔高)은 현 단계에서는 전적으로 일본의 문제입니다.미국쪽에서는 달러 하락이 아무런경제적 영향을 못주고 있고 독일을 비롯한 유럽국가들도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습니다.
반면에 일본으로서는 큰 문제지요.엔高를 견딜 수 없는 기업들은 일본을 떠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앞으로 이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일본산업의 공동화현상이 우려됩니다.또 일본은 엔高로 일본기업의 국제경쟁력이 떨어짐과 동시에 국내경 기의 침체가지속되면서 수입이 크게 줄어 숫자상의 경상수지 흑자는 계속되고,이때문에 엔貨가 계속 강세를 보이는 딜레마를 안고 있습니다.
-朴원장=한마디로 일본에 미치는 엔高의 파장과 미국이 느끼는달러하락의 영향이 전혀 다르다는게 현재 진행되는 엔高현상을 이해하는데 핵심적인 문제라고 봅니다.이처럼 美日 두 나라에서 환율효과의 비대칭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상황에선 현재 진행되는엔高는 당분간 지속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돈부시교수=지금 달러값이 떨어지는 요인은 세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첫째는 방금 말씀하신대로 당사자인 美日 양국정부가 달러하락을 막는데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점입니다.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것만으론 흐름을 되돌릴 수 없다는 얘기지요.둘째는 엔高가 계속되면서 일본기업들이 보유달러를 팔아 엔貨를 사기위해 몰려다닌다는 것입니다.이른바 소떼(Herd)현상이 외환시장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셋째는 엔貨차관을 많이 쓰고 있는 인도네시아등 동남아국가들이 장래의 엔 高에 대비해 선물환 시장에서 엔貨선물 매입에 나서고 있다는 점입니다.각국 중앙은행들도엔貨보유를 늘리고 있습니다.정확한 통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요인이 겹쳐 급격한 달러하락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다 종전에는 달러하락이 어느정도 진행되면 헤지펀드들이 반등을 노린 투기매입에 나서 완충역할을 했는데 최근에는 전혀 움직임이 없습니다.시장에서 하락세를 멈출 강력한 억제장치가 없어진 셈입니다.
-朴원장=그러나 달러가 한없이 떨어질 수는 없겠지요.예컨대 달러당 70엔이하로 폭락하면 일본도 가만히 있기는 어려울 것입니다.그쯤되면 일본정부도 무언가 분명한 입장변화가 있을 것으로예상됩니다.다만 미국으로서는 달러하락에도 불구하 고 국내물가가크게 오르지 않고 오히려 경기가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금리인상과 같은 적극적인 달러방어대책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돈부시교수=현재로선 달러당 75엔안팎까지는 언제라도 떨어질수 있습니다.그러나 70엔이하로는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데는 朴교수와 같은 의견입니다.우선 달러당 70엔이 되면 일본 증시가 붕괴할 것입니다.일본정부가 이같은 상황을 방 치할 수는 없겠지요. 문제는 역시 미국의 태도변화입니다.환율변화를 예측하는데 앞으로 주의깊게 지켜봐야될 대목은 세가지입니다.첫째는 달러가 70엔대에 접근하면 원유를 비롯한 국제원자재가격이 오릅니다.둘째는 이렇게 되면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오르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국내물가가 들먹이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인플레 억제를 위해 금리를 올릴 움직임을 보이게 될 겁니다. 외환시장에서는 FRB의 금리인상조짐이 보이면 반등움직임을 나타낼 것입니다.
-朴원장=결국 단기적으로 달러의 하락세를 되돌릴 수 있는 관건은 일본의 태도변화일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지난주 재할금리인하를 포함한 종합엔高대책이 나왔지만 외환시장이나 미국의 반응은 냉담한 것이었습니다.엔高저지를 위한 확고한 의지가 안보인다는 것이지요.환율안정을 위한 시장의 억제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당사자인 일본이 움직이질 않는데 시장이 앞장설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또 일본이 환율안정을 위한 선진국간 협조를 누차 강조하는데도 반향이 없는데는 일본이 시 장개방이나 내수확대에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기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돈부시교수=일본은 엔高저지에 대해 보다 분명한 사인을 시장에 보여줘야 합니다.일본의 실질금리는 지난주 재할금리를 1%로 낮췄음에도 불구하고 경기침체에 따른 물가하락을 감안할 때 아직 높습니다.우선 일본 중앙은행이 재할금리를 0% 로 낮추는획기적인 대책을 내놓고 정부도 내수를 부추기는 과감한 경기부양책과 함께 시장개방에 대한 가시적인 노력을 보여줘야 합니다.일본 스스로가 이런 노력을 하지않으면서 미국이나 다른 나라의 협조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朴원장=엔高로 일본이 겪게될 고충도 고충이지만 엔貨차관이 많고 일본과의 거래가 많은 개도국들로부터 일본으로 부(富)가 옮겨가는 것도 문제입니다.특히 일본으로 석유나 원자재를 수출하고 자본재와 부품을 갖다쓰는 동남아개도국들은 급작 스런 엔高로교역조건이 악화됨에 따라 가만히 앉아서 손해를 보게 돼 있습니다. ▲돈부시교수=그렇습니다.최근 부쩍 성장세를 타기 시작한 아시아신흥시장이 엔高로 타격을 받게되면 세계경제 전반에도 좋지않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朴원장=그러나 한국은 아직 그정도는 아니라고 봅니다.오히려엔高로 인한 경쟁력을 토대로 대일무역적자를 줄일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따라서 수출확대보다는 일본에서 들여오는각종 부품.소재의 국산화에 노력해야 할 것입니 다.한국으로서는일본을 추격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도 합니다.
[정리=金鍾秀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