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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벅적댓글] 전봇대 두 개 뽑고 장어로 보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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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23일 활동을 공식 종료할 예정입니다. 두 달여간 관심의 크기만큼이나 숱한 사건과 댓글을 낳기도 했죠. 이경숙 위원장의 ‘오륀지’ 발언으로 불이 붙었던 댓글 토론이 이번 주 초 ‘향응회식’ 사건으로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기대가 많았던 만큼 실망도 큰 것일까요.

댓글 중 가장 눈에 많이 띈 것은 ‘오해가 있었습니다’였습니다. 인수위가 그동안 무슨 일만 터졌다 하면 그렇게 해명한 걸 비꼰 것입니다. 얼마 전까지 노무현 대통령을 탓하며 ‘이게 다 대통령 때문이야’라고 하던 것이 새 대통령 당선인이 등장하고 나서는 ‘경제만 살리면 되지’로 바뀌었다가 이제는 인수위로 옮겨간 것으로 보입니다.

이쯤 되면 댓글이 우리 국민 정서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번 회식사건의 댓글은 특히 대놓고 비난하기보다는 한번 뒤틀어서 씁쓸한 웃음을 자아내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네티즌 ‘sfcrazy’는 “이건 다 인수위의 지방 경제 살리기 노력이죠. 지난 5년간 양극화로 피폐해진 지방경제를 살리기 위해 친히 강화도에서 장어로 회식을 하시고 지방 특산물을 널리 알리기 위해 좀 얻어 가서 써 보고 주변에 홍보하려는 건데 너무하시네요. 자꾸 지방의 업소를 이용해야 돈이 돌고 경제가 살아나지 않습니까? 다 인수위의 깊은 뜻을 이해 못하는 오해에서 비롯된 겁니다”라고 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ochenxopowo’는 “이 정도쯤은 너그럽게 이해합시다. 그동안 전봇대 몇 개 뽑느라 심신이 피곤하여 장어로 보양한 듯 싶은 데. 뭐 그 정도쯤은 웃으면서 넘어갈 수 있죠. 하지만, 대운하 파고 나면 전봇대 뽑은 정도와 비교할 수 없이 심신이 허해질 텐데 그때는 장어가 아니라 그 이상의 것으로 보양하려 들 테니 걱정이 앞서네요”라고 해서 댓글에 댓글이 이어 달리는 토론을 이끌어 내기도 했습니다.

지금 터진 사건보다 앞으로를 걱정하는 네티즌이 꽤 많았는데요. ‘sik1969’외 다수가 “이제 시작에 불과하잖아. 앞으로 시간이 5년이나 있는데 뭐. 일내고 사과하고 일내고 사과하고. 그래도 국회의원은 되는데 뭐”라는 식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원래 인수위는 정권 인수인계와 관련해 향후 5년간 할 일과 쓸 사람을 조용히 찾고 정리하는 곳인데, 워낙 시끌벅적해서인지 한 네티즌은 새 대통령 당선인의 이름을 ‘인수위’로 혼동할 정도라고 했더군요. 

이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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