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마음 비워야할 민자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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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자당이 이상하다.상당히 여유가 있어 보인다.4大지방선거가 코앞에 다가왔음에도 느긋하다.
적어도 그렇게밖에는 볼 수 없는 모습이다.선거결과를 낙관하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은데 태평이다.자체조사마저 우세지역보다 열세지역이 많은데도 그렇다.
민자당의 난기류는 우선 경선포기에서 나타난다.당초 경선은 정치개혁의지의 실천방안이었다.그런데 이제 중앙당이 나서서 경선하겠다는 시.도지부를 말리고 있다.정확히 말하면 금지하고 있다.
경선은 한두개 시도에서나 이뤄질 전망이다.공개적인 지시는 없지만 누가봐도 조정이 이뤄지는 것은 분명하다.예선통과조차 힘겨운 후보를 유권자가 선택하리라고 보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민자당은 이제『예선서 힘을 뺄 필요가 없다』고 변명한다.납득하기 어렵다.아예 경선얘기를 꺼내지 말았어야 했다.
민자당은 대통령후보경선 경험도 있다.『상호비방으로 상처를 입게된다』는 주장도 웃긴다.공직후보를 경선으로 정하는 것은 민주정당이라면 상식이다.
민자당은 경선후유증만 걱정하지 선거패배의 후유증은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일각에서는 계파갈등이 불거진다는 주장도 내세운다.하지만 이런명분으로 덮는 가운데 계파의 벽은 두터워지고 있다.또한 속으로곪고 있다.특정계파가 다른 계파를 끗발로 내려누르는게 화합은 아니다.시도지부별로 이뤄지는「합의」들 가운데는 강요된 인상의 것들이 적지않다.
어설픈 여유는 후보의 면면에서도 나타난다.내정됐다는 후보들중에는 약체가 적지 않다.가용자원의 중간급 수준이다.분명히 최선의 카드들이 아니다.「사자가 토끼를 잡는데도 최선을 다한다」는원칙에 크게 벗어난 인선이다.민자당은 지금 특정 인을 봐주고 어쩌고 할 형편이 못되는데도 그렇다.
살림꾼 우선 원칙도 무너졌다.행정가를 포함한 전문직능출신의 약점은 득표력이다.프로정치인에 비해 표모으는 기술이 뒤진다.이들을 공천하려면 당선가능성이 높은 곳에 투입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그러나 지금 될만한 곳은 정치인이 차지하고 어려운 곳에 관료출신이 배치되고 있다.
이처럼 민자당은 안되는 쪽으로 골라서 가고 있다.두는 수마다자충수다.당직자들중에서도 선거결과를 자신하는 의견은 찾아보기 어렵다.그럼에도 고쳐보겠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공당(公黨)으로서 원칙에 충실하기보다는 사정(私情)과 관성 으로 굴러가는한국정치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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