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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책읽기>"김치,한국인의 먹거리" 주영하著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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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번주부터 소설가 장정일씨와 시인 최영미씨의「행복한 책읽기」를 번갈아 게재합니다.가장 촉망받는 신세대 작가인 장씨와 최씨는 이 칼럼을 통해 책읽는 즐거움과 삶의 경험을 독자와 함께 나눌 것입니다.많은 애독을 바랍니다.
[편집자註] 「김치의 문화인류학」이라는 부제를 담고 있는 주영하의『김치,한국인의 먹거리』(공간刊.1994)는 해방 이후 2백여편이 넘게 발표된 김치에 관한 논문들과는 확연히 변별되는방법론상의 장점을 지니고 있다.즉 기존의 김치 연구가 식품영 양학적 분석에 한정돼 있었다면,이 책은 김치를 문화인류학적인 총체성을 가지고 접근하고 있다.자장면을 먹을 때,혹은 호프집에서 맥주를 마실때 따라 나오는 단무지와 오이피클에서 보듯이 동남아 각국은 물론이고 유럽 대륙에도 김치와 같은 채소절임 음식이 있다.이처럼 채소를 절여서 먹는 이유는 채소를 좀더 많이,그리고 맛있게 먹고 오래 저장하기 위해서지만 그 저장 수단은 각기 달라 피클과 단무지의 경우에서처럼 중국을 중심으로 서쪽은식초보존권,동쪽은 소금보존권으로 분 류될 수 있다고 한다.저자는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든다.어떻게 해서 다른 문화권의 절임음식은 모두 하얀데 김치만 붉을까.
오랜 문헌에 의하면 고려시대 이전 삼국시대부터 김치가 있어왔다. 그러나 그때의 김치는 재료가 배추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무였고,아무런 양념이 섞이지 않은 순수한 소금절이였다. 그런 무절이 김치가 배추에 고추.파.마늘.생강.젓갈이 함께 버무려지는 오늘과 같은 형태의 김치로 바뀌게 된것은 17세기말에서 19세기 말의 2백년 사이의 일이다. 사회문화가 바뀌면 음식문화도 바뀐다고 거듭 주장하는 저자는 김치가 빨갛게 된 사연을 조선사회가 중세적 안정을 잃기 시작하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에서 찾는다. "사회문화의 혼란상이 더욱 매운맛을 요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요리를 문화와 자연을 매개하는 매개체로 보았던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를 따라 저자는 기후의 차이에 따라 남쪽지방에는 멸치젓 이,북쪽지방에는 새우젓이 선호되는 까닭을 설명하며 생태환경에따라 무수한 김치재료와 젓갈이 사용될수 있다는 의견을 낸다.
또 밥을 먹을때 김치가 꼭 필요한 까닭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면서저자는 모든문호의 기저에 합리적인 체게가 있음도 입증한다. 이런사실들은 각 민족의 문화와 역사를 상대적으로 바라보기를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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