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藥이야기>페니실린-가장 탁월한 항생제 쇼크死가 최대약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영국의 미생물학자 플레밍이 일약 전세계 의학계의 주목을 받기시작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곰팡이가 생긴 세균배양접시를 버리려다 푸른곰팡이가 낀 주위 배양액엔 포도상구균이 일절 배양되지 않은 것을 관찰한 것이다.
포도상구균 분비물중에서 강력한 抗세균물질이 발견됐으며 인류최초의 항생제 페니실린은 이렇게 탄생됐다.
무명학자였던 플레밍은 이 공로로 영국왕실로부터 卿의 칭호를 받게 되고 45년 마침내 노벨의학상의 영광을 안게 된다.
제4세대 항생제가 이미 개발완료된 첨단의학시대에도 할아버지격인 페니실린이 여전히 가장 우수한 항생제로 손꼽히는 이유는 매독.세균성 심내막염등 치명적인 각종 세균질환에서 다른 어떤 첨단항생제보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약효를 발휘하기 때문이다.그러나 장미의 가시라고나 할까 1백만분의1 확률로 일어날 수 있는 페니실린 쇼크死때문에 의료분쟁을 두려워한 나머지 실제 임상에서 페니실린을 사용하는 의사는 거의 없다.
하지만 지금 미국에선 페니실린에 대해 긍정적인 재평가가 시도되고 있다.피부반응검사등으로 감수성자만 잘 가려낸다면 굳이 약효도 떨어지고 값도 수백배이상 비싼 첨단항생제를 쓸 필요가 없다는 것.
약(藥)과 독(毒)은 종이 한 장 차이지만 의료진의 적절한 조율하에 페니실린의 탁월한 효능을 누려보자는 것이 만성적인 의료비 과다지출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 의료계의 새로운 처방인 것이다. 〈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