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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음악원 서울에 분교설립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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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모스크바 국립음악원의 한국분교가 오는 97년 설립될 전망이다. 그동안 외국 음악학교의 국내진출은 학원이나 마스터클라스 형식으로 편법적으로 이뤄졌으나,합법적으로 국내에 진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있는 일.
쌍방울.롯데.MBC문화사업단 등 국내기업에서 여러 채널을 통해 모스크바 음악원측과 치열한 막후접촉을 벌였으나 결국 쌍방울측이 유치하는 것으로 결말이 났다.
최근 쌍방울측은 모스크바 국립음악원 미하일 오프치니코프 (44)원장과 국내 분교 설치에 관한 가계약을 체결해 5월초 공식발표할 예정이다.또 97년으로 일정이 잡혀있는 교육시장 개방 이후 본격적인 학생모집에 들어갈 계획이다.
쌍방울 그룹은 서울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지원은 물론 국내 굴지의 공연기획 및 이벤트 관련기획사를 두어 일찍부터 문화예술분야에 많은 관심을 보여왔다.
이번 유치의 배경에는 쌍방울이 모스크바 음악원 본교에 재정지원을 하는 조건으로 한국 분교 유치가 성사됐다는 후문이다.
이에 앞서 지난 3월15일 분교설치를 위한 막바지 협상을 위해 내한한 오프치니코프 원장은 연세대 음대에서 「모스크바 음악원의 피아노 교육특성」이라는 제목으로 특강하는 자리에서 『앞으로 한국의 음악대학과도 다양한 교류방안을 검토하겠 다』고 말해국내 음대와의 학점교류,교수진 교환 등의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일명 차이코프스키 음악원으로도 불리는 모스크바 국립음악원은피아노의 레흐 오보린.레흐 블라센코.예브게니 말리닌,바이올린의다비드 오이스트라흐,빅토리아 뮬로바 등 내로라하는 명교수들이 포진하고 있는 음악교육의 명문.스파르타식 교육을 통해 완벽한 테크닉을 전수시켜 졸업생들이 세계굴지의 콩쿠르를 휩쓸고 있다.
최근 경제사정 악화로 러시아 정부로부터의 지원이 난항을 겪자세계 최대의 음악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한국진출을 모색하게 된것. 한국분교는 우선 바이올린.피아노.첼로 전공부터 개설한 다음 성악.작곡.관악으로 모집부문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미 소콜로프(클라리넷),넬리 리(소프라노)등 러시아 출신 교수를 확보하고 있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의 한 관계자는 『외국음악원들의 한국진출은 이미 예상한 일』이라면서 『오히려 구태의연한 국내 음악교육계에 신선한 자극이 될 수 있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외국에서 받아들일 것이 있다면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 주고받는 교류가 바람직하다는 게 음악계의 중론.
모스크바 음악원의 1천6백여명의 재학생중 한국유학생은 1백여명에 이른다.
한국유학생이 재학생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줄리아드 음악원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지금 추세로 간다면 더 늘어날 전망이다. 李長職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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