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제천 통학버스 타고 … 2년간 한 차례도 수업 안 빠진 73세 열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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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늙었다는 생각도 해보지 않았습니다.”

20일 열린 충북 제천시 세명대학교 제14회 학위수여식에서는 고희를 훌쩍 넘긴 김용진(73·서울 노원구 공릉동·사진)씨가 문학사 학위를 받아 화제다.

김씨는 2006년 3월 세명대 영어학과에 편입학 해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통학버스를 타고 2년 동안 서울~제천을 오갔다. 고령에도 2년 간 한 차례도 수업에 빠지지 않고 졸업학점을 이수 해 졸업장을 받게 된 김씨는 대학에서 수여하는 특별상까지 받았다.

“통학버스가 내겐 훌륭한 공부방이었지요. 젊은 학생들이야 한 번만 들으면 알 수 있지만 나야 나이를 속일 수 있나… 할 수 없이 차 안에서 부지런히 공부를 할 수 밖에 없었어요.”

졸업 후에도 한국외국어대 동시통역 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으로 향학열을 불태우는 김씨는 배운 지식을 사회 봉사 활동을 위해 쓸 계획이다.

김씨는 1935년 일본에서 출생해 초·중학교를 마치고 해방 후 한국으로 돌아왔다. 50년 한국전쟁 중 부산 피난시절에 중앙대 부속고등학교를 졸업한 김씨는 54년 군에 입대해 훈련병시절 장교시험에 합격, 장기복무를 하게 됐다.

25년의 군복무를 마치고 중령으로 예편한 김씨는 기업체와 개인사업 등을 했으며 은퇴 후 군 시절 익혀왔던 영어공부를 다시 하기 위해 2002년 삼육의명대 관광영어통역과에 입학했다. 이후 2006년 세명대에 편입, 대학 졸업장을 받게 됐다. 김씨는 강의시간에도 발표나 질문을 왕성하게 하면서 젊은 학생들에게 귀감이 됐다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61년에 결혼한 김씨는 부인 남영숙(68)씨 사이에 2남 1녀를 두고 있다. 김씨는 “공부를 하는 데 나이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이왕 시작한 공부인 만큼 대학원에서도 못다 이룬 배움의 길을 더 가겠다”고 말했다.

김씨의 지도교수였던 설태수(영어학과) 교수는 “김씨는 수업 태도도 우수하고 교수·학생들과의 관계도 원만한 학생이었다”며 “본인의 희망대로 대학원에 진학해서도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설 교수는 “연세는 많지만 열정과 목표가 뚜렷해 충분히 해낼 것으로 본다”고 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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