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후 적대적 인수’ 칼뽑은 MS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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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 소프트 CEO 스티브 발머

야후로부터 인수 제안을 거절당한 마이크로소프트(MS)가 결국 칼을 뽑았다. 뉴욕 타임스(NYT) 인터넷판은 19일(현지시간) MS가 야후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 준비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또 MS 이사회가 이번 주 중에 이를 승인할 것이라고 전했다.

MS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위임장 대결(proxy fight) 방식이다. 야후의 일반 주주들을 설득해 의결권을 위임받은 뒤 주주총회에서 현 이사진과 표 대결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장외에서 공개적으로 인수 대상 기업의 주식을 사 모으는 공개 매수 방식과 함께 적대적 M&A 수단으로 종종 쓰이는 수단이다. 로이터 통신은 “만약 두 회사가 표 대결을 벌인다면 이는 최근 8년간 벌어진 기업 간 위임장 대결 중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위임장 대결을 하려면 MS는 다음달 13일까지 새로운 이사 후보 명단을 제출해야 한다. 최종 승부는 야후 주주총회에서 가려진다. 지난해 주총은 6월에 열렸다.

AP통신은 MS가 위임장 대결을 위해 2000만∼3000만 달러를 써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M&A 전문 컨설팅 업체 고용과 일반 주주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데 드는 돈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는 MS가 야후에 제안한 인수 비용을 올려줄 경우 늘어나는 부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MS는 당초 야후에 주당 31달러(총 446억 달러)를 제안했다. 주당 1달러가 올라갈 때마다 14억 달러(약 1조3000억원)씩 더 든다. MS 창업자인 빌 게이츠 회장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미) 공정한 제안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인수 비용 추가설을 일축했다.

야후도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임원과 정규직의 처우를 대폭 개선했다. 우선 회사를 그만두는 임직원에게 최소 4개월에서 최장 2년까지 급여와 건강보험 혜택을 계속 주기로 했다. 2년간 최고 1만5000달러의 전직 지원비를 부담하고, 스톡옵션 행사 시기를 당겨주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야후는 경영 악화로 지난주에 1000명의 직원을 해고하기 시작했다. 이런 회사가 내놓은 복지 혜택치고는 너무 화려하다. 결국 MS의 인수 부담을 최대한 키우고, 설령 인수되더라도 챙길 것은 챙겨 나가겠다는 얘기다.

그러나 아직 협상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스탠퍼드C번스타인앤드컴퍼니의 애널리스트 찰스 디보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진전이 없으면 MS는 결국 적대적 인수합병으로 갈 것”이라면서도 “MS가 이 방식을 선호할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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