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단기유학을 보내보니 - 영어 적응·독립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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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교육을 위한 필리핀 관리형 유학이 늘고 있다. 사진은 필리핀 현지 학생들의 학교 수업·야외활동 모습과 학교 전경.

영어의 필요성은 두말하면 잔소리. 입시는 물론 활용도 높은 영어를 배우려면 국내 학원만 전전해서는 한계가 있음은 학부모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품 안의 자식’이라고 했던가. 마냥 여리고 어리기만 한 12살의 내 딸, 동연이. 특히 조부모님 곁에서 자라서 좋게 말하면 사랑이 넘치고 안 좋게 말하면 응석받이인 아이를 유학 보내기까지는 정말 힘든 결정이었다.
내가 직장을 다니고 있을 뿐 아니라 동연이 동생도 둘이나 있어 직접 아이를 데리고 나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오랜 고민 끝에 관리형 유학으로 방향을 정하고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시작했다. 북미에서 유학원을 경영하고 있는 지인은 “관리형 유학이 아이들을 가둬놓고 공부하는 기계로 만든다”며 만류했고, 주변의 선배 엄마들은 “자기가 알아서 공부를 해야지, 어릴 때부터 가족과 떨어뜨려 놓는 것이 아이에게 할 짓이냐” 고 우려의 말을 건네기 일쑤였다. 뿐만 아니라 초등학교 선생님들이나 교육부 방침도 매우 부정적이어서 마음이 흔들리곤 했다.

동연이는 영어를 초등학교 3학년 말부터 시작했다. 그동안 미리 교육받은 아이들은 동연이가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관리형 유학설명회만 6개월 이상 쫓아 다녔다. 영어의 기초가 부족한 동연이가 역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찾기 위해서였다. 마침내 공부만 시키는 프로그램을 선택했다. 동연이가 해낼 수 있을까하는 의문도 있었지만….

협박 반 설득 반으로 유학을 감행했다. 다행히 동연이는 자신감을 보였고 필리핀으로 출발했다. 처음에는 아이가 매우 힘들어하고, 심지어는 후회하고 있음을 전화를 통해서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현지의 관리 선생님들을 믿고, 아이를 격려하고 칭찬하면서 견뎌냈다. 3개월이 지나 중간 방문했을 때 동연이가 잘 적응하고 있음을 눈으로 확인했다. 나머지 6개월은 욕심이 생겨 적응 이상의 성과를 기대하게 됐다.

필리핀 생활 9개월. 전화기를 타고 매주 들려오는 동연이의 밝은 목소리와 향상된 성적이 우리 가족을 흡족케 했다. 그리고 생활전반에 대한 선생님들의 상담을 비롯해 꼼꼼한 수학학습 체크가 미덥게 느껴졌다.
공부만 하는데도 아이가 못 견디거나 따분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친구들과 경쟁하고 힘들 때는 위로하며 가족이 되어 즐겁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내가 데리고 있었다면 그동안 뭘 했을까? 영어만이라도 잘했으면 하는 욕심으로 보냈는데 생활태도와 독립심, 의젓함 등 두 마리, 아니 세 마리 이상의 토끼를 잡은 셈이다. 어느 덧 응석받이 동연이는 꿈 많고 다부진 아이로 바뀌어 있었다.

오늘 동연이는 캐나다로 5개월 연수를 떠났다. 보통 기러기 가족들은 약 2년간 ‘이산의 아픔’을 겪곤 하지만, 동연이는 영어·수학·생활태도까지 약 14개월 걸리는 셈이다. 필리핀 유학의 성과를 바탕으로 캐나다에서 귀국하면 한국생활 적응도 빠를 것으로 기대한다.
페르마 필리핀 유학 2기 김동연 학생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