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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금동의 빛나는 골목길

중앙일보

입력

목포여객선터미널에서 국제여객선터미널과 수협직판매장 앞을 거쳐 국립목포해양대학교 방면으로 달리다가 도로변에서 유달산 방면으로 올려다봤을 때 먼저 눈에 들어오는 동네가 바로 서산동이고 그 다음이 온금동이다. 따뜻할 ‘온’자에 비단 ‘금’자를 써서 따스한 햇볕비치는 동네라는 뜻을 가졌다. 이름만큼이나 따뜻하고 아름다운 정취를 뽐내는 마을이다. 예전엔 다순그미, 다순금 등이라고 불렸다 한다. 지금은 바로 옆 동네인 서산동과 합해 유달동으로 재편됐지만, 그래도 온금동 사람들에게 온금동은 여전히 온금동일 따름이다.

사진1. ‘아직도 이런 동네가 남아 있으려나.’ 온금동으로 들어서면 직선과 곡선의 매혹에 빠지게 된다. 쉼 없이 이어지는 계단과 구불구불 멋대로 휘어진 골목길…. 문득 들여놓으면 절대 못 빠져나올 것만 같은 생각에 사로잡힐 수도 있다.

사진2. 파란 하늘, 파란 지붕, 파란 창문, 파란 담벼락, 유난히 바다를 닮은 파란 색깔이 골목 곳곳에서 눈에 띤다.

사진3. 마을 사람들의 사랑방 구실을 했을 우물터, 손바닥만한 옥상 위에서 바람을 타는 빨랫감, ‘누가 집어가면 어쩌려고?’ 담벼락 아래 놓인 나뭇짐 등 사진을 찍을 만한 것들이 제법 눈에 띈다.

사진4. 두 사람이 나란히 걸으면 꽉 찰 정도로 좁은 골목길. 그 틈 사이로, 저 멀리 배가 지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사진5. 집안이 훤히 다 들여다보일 정도로 대문이 벌어져 있다. 용기를 내 벌어진 대문 틈으로 발을 내디뎌보았다. 집 안에 계신 할머니는 아무거리낌도 없이 이방인을 맞는다. 작지만 정갈한 정원과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오랜 툇마루가 할머니를 닮은 듯 했다. 골목에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했더니, 젊은 사람들은 다 시내로 도시로 나가고 이곳도 이제는 노인들만 남아 있단다.

사진6. 유달산 기슭에 자리 잡은 마을답게 골목길 사이사이를 타고 오르면 산으로 이어진다. 빨간색으로 쓰인 ‘등산길’은 아마도 이방인들을 위한 배려가 아닐까.

사진7. ‘훔치려고 마음먹은 도둑이 저리 해놓는다고 못 넘을까?’ 담벼락 위로 쳐 놓은 성긴 철사 가닥이 참으로 순박하다. 오히려 사람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이집 저집 짖어대는 강아지 소리가 무섭게 느껴진다.

사진8. 누구 하나 보이지 않던 골목에 한 젊은 부부와 할머니가 보인다. 무슨 얘기라도 들을까싶어 다가가 “이 마을에 배를 타시는 분이 없으신가 봐요?” 할머니가 차분한 목소리로 “없어요.”라고 말하기가 무섭게 딸인 듯 보이는 젊은 여성이 “다 죽어부렀지.”한다. 배를 타던 것도 다 옛날 말이라는 듯 우습게 내뱉은 그 말투가 왠지 모르게 서러워 한순간 말을 잃어버렸다.

사진9. 이제 그만 돌아서려는데 저 멀리 풍악소리가 들린다. 소리를 놓칠세라 좁다란 골목을 따라 한참을 들어서니 웬 어르신들? 얘기를 듣자하니 설을 보내고 남은 음식들을 모아 한바탕 흥을 즐기시던 참이란다. 긴 세월 바다바람이 파 놓은 어르신들의 주름에 웃음이 가득 메워진다. 첨보는 이방인을 “딸아~ 딸아~” 부르시며 식혜도 건네도 귤도 건네시던 김옥례 할머니는 아직도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 바지락이며 굴을 캐 할머니 용돈으로 쓰신단다. 어르신들의 정을 담뿍 받으며 온금동을 나온다.

▲찾아가는 길
목포역 → 여객선터미널 → 목포수협직판매장 → 유달동사무소 2청사(061-270-3616). 동사무소나 조선내화 공장 주변에 차를 대고 도보로 돌아다니면 된다. 여객선터미널 옆 공영주차장(무료)에 주차하고 서산동부터 누벼도 좋다.

객원기자 최경애 doongjee@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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