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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열도정치지진>中.反政黨 투표는 세기말적 民意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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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일본국민들은 병든 정치를 수술대 위에 올려놓고 메스를 가해 환부를 한껏 열어젖혔다.아무리 아프다고 고함질해봐야 들은 척도않던 의사(정치인)에 대한 한풀이의 성격이 짙다.
일본의 매스컴이나 정치평론가들이 도쿄(東京)都,오사카(大阪)府지사의 무당파성(無黨派性)승리가 국민들의 적극적인 선택이었다기보다 기존 정치.정당에 대한 불만을 극적으로 분출시킨 부정적선택이었다고 지적하는 것만 봐도 알수 있다.그러 나「反정당」「反정치」는 개혁을 촉구하는 강력한 메시지는 될지언정 일상적인 관행이 될 수는 없다.아마추어 의사가 아무리 병소를 정확히 진단,개복을 했더라도 역시 환부를 도려내고 꿰매는 것은 전문의사가 할 수밖에 없다.문제는 환자가 모 셔온 의사가 이제 겨우 인턴(知事)에 불과하다는데 있다.연간 예산이 한국 전체 예산과맞먹는 거구(東京都)의 환자를 인턴이 제대로 수술해낼 수 있을까.수술을 지도해야할 지도교수(중앙정치)도 신통찮기는 마찬가지다.지금까지 오진해 병을 방치해온 주제에 이래라 저래라 말할 형편이 못된다.
때문에 통쾌한 개복의 뒷수습을 기다리는 환자의 불안은 여전히산넘어 산의 형국이다.
하시모토 아키가즈(橋本晃和)帝京大교수는 이같은 혼돈을「세기말的 민의(民意)」라고 표현하고 있다.효고(兵庫)縣남부지진,엔高,도쿄지하철독가스 사건,경찰청장관 피격등 위기를 맞아 느끼는 국민의 불안감이 탈출구를 찾아 난맥상을 보이고 있 다는 뜻이다. 아오시마 유키오(靑島幸男) 도쿄都지사,요코야마(橫山)노크 오사카府지사가 상징하는 금후의 정치는 또다른 시행착오와 정체를예비하고 있다.탤런트 지사는 기성정치를 죽도록 미워하는 국민의정서에 편승해 전투(선거)에서는 이겼지만 지금부 터의 전쟁(都政)은 낙하산을 타고 적진에 뛰어든 격이기 때문이다.
우선 아오시마지사는 스즈키 이치(鈴木俊一) 前지사가 계획,추진해온 보수세력 중심의 프로젝트들을 뒤집는 작업을 해야 한다.
예컨대 스즈키 도정(都政)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임해부도심(臨海副都心)계획과 세계도시박람회는 아오시마지사가 연기하거나 취소하기로 공약한 사항이다.
그러나 이같은 프로젝트는 거품경제때 성안(成案),추진해와 지금은 현실감이 떨어지지만 이미 상당한 투자를 했거나 외국의 자본참여를 끌어들여 놓은 상태다.부도심계획은 1조8천억엔을 이미쏟아부었고 내년봄으로 예정된 도시박람회는 세계4 6개 도시가 참가신청을 해온데다 이미 입장권을 팔았다.이런 점을 짚어볼때 유권자의「선거반란」은 행정의 계속성이라든가 좀더 큰 차원의 국익(國益)에 새로운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벌써 유수 언론들이 「急핸들에는 기술과 지혜가 필요하다」 고 우려와 절제를 당부하는 것은 결코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새 지사가 공약대로 여론영합의 정책을 추진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총여당화로 포진한 都의회,정쟁(政爭)과 당리당략(黨利黨略)에 길들여진 중앙정계가 결코 탤런트출신 지사의 정책연기(?)를 수수방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이래저래 일본의 정치는 상당기간 벼랑 끝에서 곡예를 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東京=郭在源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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