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통합민주당이 식은 피자가 안 되려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통합민주당이 어제 정식으로 출범했다.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이 합쳐진 것이다. 4년 반 전 한쪽 세력이 다른 세력을 어떻게 배반하고 새 당을 만들었으며, 남은 세력은 새 당을 어떻게 비난했으며, 그러다가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두 세력이 모두 말을 바꿔 어떻게 합치려 했으며, 지분싸움으로 어떻게 다시 갈라섰으며, 이제 총선을 앞두고 어떤 마음에서 어떻게 합치고 있는지, 우리는 굳이 얘기하지 않겠다. 이미 세상은 다 아는 일이며 이제 다시 논하기에는 지면이 부족하다.

두 정당이 합쳐짐으로써 민주당이라는 이름 석 자가 다시 제대로 숨을 쉴 수 있게 되었다. 1950년대 한국 정치사에 등장한 민주당은 60~70년대 신민당, 80~90년대 신한민주당·통일민주당·평화민주당·민주당, 2000년대 새천년민주당으로 명맥을 이어왔다. 그러다가 2003년 열린우리당이 뛰쳐나가고 나머지 민주당 세력이 쪼그라들면서 소멸의 위기에 처했다. 그런 이름이 이제 겨우 살아났다.

통합민주당은 ‘이명박 당선인+한나라당’에 맞서는 야당 축으로 자리잡게 됐다. 이회창씨의 자유선진당이 있지만 한나라당과 같은 보수세력이어서 야당으로서의 역할이 서로 다를 수 있다. 보수와 보수가 경쟁하는 체제를 넘어서는 보수-진보 구도는 필수적인 존재다. 이명박식의 성장·성공·돌파·실용은 대체로 분배·복지·탈락자·양극화의 문제를 남길 가능성이 크다. 야당의 존재 이유는 이런 부분을 보완하는 것이다.

많은 유권자는 이번 통합을 선거용 집짓기라고 의심한다. 통합민주당은 눈앞의 총선을 넘어 건전야당이라는 큰 목표를 바라봐야 한다. 그러려면 당의 뇌와 심장과 수족을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 진보정당이라고 이념과잉일 필요는 없다. 이명박과 대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진보가 돼야 한다. 한·미 FTA를 앞장서서 비준하고 당선인의 정부조직 개편을 도와줘야 한다. 식은 피자 같은 구인물을 보내고 싱싱한 새 인물로 공천 혁명을 이뤄야 한다. 건전야당이라는 소중한 공간을 차지할 수 있느냐는 통합민주당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