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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黨 '방탄국회 쇼'였나…6일 또 임시국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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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회에서 벌어진 '한밤의 추태'여파가 정치권을 흔들고 있다. 2일 밤 민주당의 '꼼수 수정안'기습 상정으로 인해 사상 초유의 선거법 늑장 처리 사태가 발생하며 정치권에서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사태가 언제 해결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일단 4당 총무들은 6일부터 닷새간 임시국회를 열기로 했다. 국회가 선거법을 처리하지 못해 선거를 불과 40일 앞두고 임시국회가 다시 소집되기는 사상 처음이다.

◇분노한 열린우리당=민주당의 심야 선거법 수정안 제출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열린우리당은 3일 분노에 휩싸였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한.민 야합사기정치 규탄대회'를 열어 성명을 채택하고 "대국민 사기극을 펼친 민주당 유용태 원내대표와 이에 동조한 한나라당 홍사덕 원내총무는 동반 퇴진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는 두 당이 방탄국회를 소집하기 위해 치밀한 사전각본에 의해 꾸며진 것"이라며 "조순형 감독에 유용태.홍사덕 공동연출, 신인배우 양승부(수정안 제출 의원)를 앞세운 삼류 정치사기극"이라고도 했다. 선거구획정위 김성기 위원장도 극히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선거법 정신에 따라 정한 선거구 획정안을 국회에서 함부로 손대선 안 된다"며 "정말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한.민 내부에서도 책임론=한나라당과 민주당 내에서도 책임론이 제기됐다. 민주당 쇄신파인 송훈석 의원은 "지도부가 수정안 제출에 대해 사전에 아무런 설명도 없었다"며 "우리들이 배제된 상태에서 지도부가 의총도 열지 않고 수정안을 제출한 것은 비판받아야 한다"며 당 지도부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다른 소장파 의원은 "지도부가 제 정신이냐"며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개특위 위원장인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도 이날 라디오 방송에 출연, "민주당 안에 찬성해주라는 쪽지를 돌리려면 정개특위는 왜 했느냐"며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민 꼼수 공조의 배경='심야의 정치쇼'는 2일 오후 5시쯤 유용태 원내대표와 홍사덕 총무가 국회 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만나면서 비롯됐다. 이 자리에서 劉대표가 "수정안을 내겠으니 도와달라"고 했고 이에 洪총무는 "선거구 숫자가 변하는 것도 아닌데 그러지요"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劉대표는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에게도 'SOS'신호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파문이 확산되자 劉대표는 3일 "국회법에 저촉이 안 된다", 洪총무는 "가볍게 생각했다"라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열린우리당 측에선 "민주당은 총선에서 한 석을 더 얻기 위해, 한나라당은 방탄국회로 가기 위해 짜고 쳤다"고 주장했다. 실제 선거법 무산을 두고 국회 주변에선 "예정된 수순"이란 분석도 나왔다.

한편 劉대표는 이미 洪총무를 만난 뒤 정개특위 회의장으로 찾아와 "열린우리당 당론이 299석이 된 걸 석간신문을 보고 알았다"고 비아냥거리는가 하면 "합의가 안 되니 민주당 의원들은 나가자"고 으름장을 놓는 등 주위 사람들로 하여금 '수정안 제출'이란 수를 전혀 읽지 못하게 하는 탁월한 '연기력'도 선보였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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