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엑스재팬’ 재결성 … 한국서 공연한 토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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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90년대 일본의 전설적 록그룹 엑스재팬에서 보컬을 맡았던 토시(본명 데야마 토시미츠·出山利三·41·사진). 서울에서 만난 그는 단정한 검은색 양복과 구두 차림이었다. 록스타 시절의 화려한 의상과 화장의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14일 대학로 스타시티 소극장에서 밸런타인데이 공연을 했다.

토시는 공연 중간에 “97년 해체된 엑스재팬을 재결성, 다음달 28~30일 도쿄돔에서 ‘엑스재팬, 공격재개!’라는 이름으로 기념 공연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아저씨 나이라서 사흘 연속 콘서트를 감당할 체력이 있을지 모르겠다”는 농담까지 곁들였다. 하지만 그의 호소력 있는 가창력은 전혀 녹슬지 않았다.

-재결성은 어떻게 결심하게 됐나.

“멤버 가운데 요시키(본명 요시키 하야시·林佳樹)의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튜디오를 우연히 방문했는데 그가 들려주는 ‘위드아웃 유(Without You·너 없이)’라는 발라드에 굉장히 감동해 눈물을 흘렸다. 그가 세상을 떠난 멤버 히데를 추모하며 만든 곡이라고 했다. 가사가 너무 좋았다. 요약하면 ‘어떤 일이 있더라도 꼭 살아남자’는 거였다. 그 자리에서 요시키가 피아노를 치고 내가 노래를 불렀다. 그때 재결성을 결심했다. 네 살 때 안 요시키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같은 학교에 다닌 친구여서 마음이 통한다.”

-엑스재팬은 재결성 뒤 어떤 음악을 하게 되나.

“록이 될지, 치유 음악이 될지 아직 미정이다. 3월 공연을 준비하면서 서로 부딪혀봐야 알 것 같다. 일단 ‘I.V.’라는 록 신곡으로 싱글 앨범을 지난달 출시했다.”

-97년 엑스재팬을 그만둔 이유는.

“록에 피로감을 느꼈던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연예계가 싫어졌다. (82년 결성 뒤) 록스타라는 영예로운 자리까지 올라갔지만 그만큼 상처도 많았고, 허무하기도 했다. (보컬인) 내가 그만두었기에 그룹 해체로 이어졌다.”

-그룹을 그만둔 뒤 자선 공연을 많이 다녔다는데.

“마사야라는 프로듀서가 권유해 양로원·보육원을 찾아 다니며 공연했다. 2001년 1월부터 2007년 12월까지 거의 매일, 하루에도 여러 군데를 갔다. 수천 회는 한 것 같다. 현장 매니저와 단둘이 짐을 들고 각지를 돌아다녔다. 내 인생에서 매우 소중하고 중요한 시간이었다. 처음엔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들 앞에서 공연하는 게 무서웠다. 하지만 첫 공연에서 할아버지·할머니들이 눈물을 흘리며 내 손을 잡고 ‘고맙습니다’라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노래로 남의 상처를 어루만져주면서 내 마음의 상처도 치유돼갔다.”

-지금은 음악으로 상처를 치유하는 ‘치유 음악가’로 변신했는데.

“그룹 해체 직후 기타리스트 히데가 갑자기 숨지고, 많은 팬이 그를 따라 죽음을 택하는 슬픈 일이 벌어졌다. 그 때문에 생명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됐고, 그것이 지금 나의 음악인생에 매우 중요한 키워드가 됐다.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치중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마음에 상처를 입은 사람들을 다룬 노래가 많다.

“어렸을 때부터 가족 간에 문제가 좀 있었다. 특히 그룹활동을 하면서 인기가 높아지자 돈 문제가 생겼고, 형과도 사이가 틀어지는 등 안 좋은 일을 많이 겪었다. 아픈 과거사는 다시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앞으로는 긍정적인 이야기만 하고 싶다.”

글=전수진 기자, 사진=최영진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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