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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 Life] 3차원 영상 보며 뇌 수술 … 진단·치료 동시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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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인간의 뇌는 정복될 수 있을까’. 단단한 두개골에 의해 요새처럼 닫혀 있던 뇌가 첨단 영상장비의 개발로 서서히 비밀의 장막을 벗고 있다. 지난 15일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소장 조장희)에선 우리나라 뇌영상 분야의 한 획을 긋는 ‘미래 첨단 뇌수술’ 주제의 심포지엄이 열렸다.

 미국 메이요클리닉 연구진과 세계적인 영상진단장비 회사 관계자가 참석한 이번 심포지엄의 하이라이트는 조장희 박사팀이 구현한 뇌영상. 0.25㎜의 뇌구조까지 선명하게 보여주는 뇌영상에 참석자들은 경탄과 함께 뇌질환 진단과 치료에 획기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

◇뇌 무혈수술 시대 열린다=머리를 열지 않는 시술의 대표주자는 DBS(뇌심부자극술)와 감마나이프다. DBS는 중뇌(中腦)에서 운동기능을 담당하는 시상핵에 전기자극 장치를 심어 호르몬 분비와 뇌기능을 조절하는 시술. 현재 파킨슨병 환자에게 널리 쓰이고, 강박증과 같은 기능성 뇌질환, 삼차신경통 치료 등으로 치료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감마나이프 역시 뇌를 열지 않고 뇌종양이나 뇌혈관 질환을 치료하는 첨단시술. 방사선을 201가닥으로 쪼개 부챗살 모양으로 환부에 쪼여주는 것으로 주변 조직에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종양이나 기형혈관을 괴사시킨다.

문제는 수술의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것. DBS의 경우 기존 1.5T(테슬러:자기장의 크기) 자기공명영상촬영(MRI)장치로는 영상이 희미해 의사의 감각과 시술 전 계산에 의존해야 했다. 하지만 조 박사팀이 구현한 영상은 운동장애을 일으키는 시상핵을 정확하게 보여준다. 예컨대 지금까지 손과 손가락의 형상만을 봤다면 지금은 손금까지 들여다 볼 수 있는 것.

감마나이프 시술도 정밀한 뇌지도가 만들어짐으로써 수술 영역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로봇수술 시대도 훨씬 앞당겨진다. 현재 국내엔 신촌세브란스가 2006년도에 로봇수술 장비를 도입한 이래 현재 국내에 10여 대가 들어왔을 정도로 빠르게 정착되고 있다. 정밀한 영상데이터가 정교한 시술을 지원함으로써 로봇수술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

메이요병원 수술실. 수술실 뒤쪽에 진단장비인 MRI가 있어 수술중에도 뇌사진을 찍을 수 있다.

◇수술실에서 진단·치료 동시에=하버드대학의 아미고(AMIGO)프로젝트, MD앤더슨 병원의 뇌수술실, 메이요 클리닉의 MR-OR룸. 모두 진단과 치료가 동시에 이뤄지는 꿈의 수술실이다. 개념은 간단하다. 현재 병원의 수술실과 영상진단실은 별개로 운영된다. 집도의는 수술 전 영상의학과에서 찍은 사진을 받아 치료계획을 세운 뒤 수술에 들어간다. 하지만 꿈의 수술실에선 MRI 또는 PET 장비가 함께 배치돼 수술 도중에도 영상을 실시간으로 전달받는다.

가천의대 김영보 (신경외과)교수는 “수술을 할 때 의사가 보는 부위는 한쪽 면뿐이다. 뒤쪽에 절제하지 않은 종양이 얼마나 남았는지, 어떤 중요 혈관이 지나가는지 정말 궁금하다. 하지만 진단장비를 갖춘 수술실은 수술 중에도 필요하면 3차원 영상을 얻음으로써 좀 더 정확하고 안전한 수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는 현재 MRI와 HRRT(초고해상도 PET)를 연결한 검사실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감마나이프를 붙여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하는 세계 최초의 ‘7테슬러 트리오 시스템’ 수술실을 열 계획이다.

◇퓨전 영상에 도전한다=사진으로 뇌의 세밀한 구조와 기능을 함께 볼 수 있을까. 이를 구현하는 것이 퓨전 영상이다. MRI와 PET(양전자 방출 단층촬영기)를 한데 붙여놓으면 이것이 가능하다. 이 둘은 같은 영상장비지만 원리와 목적이 전혀 다르다.

MRI는 강력한 자장을 이용해 형태학적 영상을 얻어내는 진단 도구. 반면 PET는 체내에서 특정 물질이 움직이는 이동을 추적해 영상화하는 장치다. 예컨대 뇌에 암이 전이됐다면 암을 추적하는 동위원소를 집어넣어 암 덩어리가 형태를 만들기 전에 잡아내고, 약물을 먹었을 때 약의 효과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뇌의 변화를 읽는다. 특히 7.0T의 강력한 자장을 fMRI(뇌의 기능을 보는 자기공명촬영장치)에 활용할 경우 인지신경과학의 발전도 기대된다.

조장희 박사는 “이 두 장비의 결합은 인간의 정서적 변화(음악·미술·명상 등 효과)에 대한 뇌연구, 약물 생체실험, 눈으로 볼 수 없는 각종 뇌질환의 규명 등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며 “이미 뇌의 기능 및 분자 영상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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