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업>만년 액션스타 정두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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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정두홍(30)은 영화와 방송가에서 주저없이 첫손가락 꼽는 스턴트맨이다.감독과 PD가 바라는 액션을 가려운 곳 긁어주듯 소화해내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최근 출연했던 작품은 김영빈 감독의 『테러리스트』와 MBC-TV 『아들의 여자』후속 드라마 『숙희』다.『테러리스트』에선 최민수의 무술지도를 맡았고 상당수 장면에서 최민수의 대역으로 출연했다.
영화의 절정인 패션쇼장 조직폭력단 싸움장면에서 그는 화려한 몸놀림으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넋을 잃게 했다.
정두홍은 먼저 무대에서 뛰쳐나오는 최민수의 일거수 일투족은 물론 시선까지 챙기며 지도했다.
처음 몇번은 최민수의 액션이 마음에 안찼던지 직접 시범을 보였다.촬영장에 있던 외국인 엑스트라는 『태권도 고수냐』며 원더풀을 연발했다.주역급 배우가 옆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부분 사람들의 시선은 그에게 쏠렸다.
그러나 그의 무술은 전광석화처럼 정확하고 날카로움에도 불구하고 성격은 여리고 섬세한 쪽에 가깝다.초롱초롱한 눈망울과 잘 깎인 턱선,날씬한 몸매로 봐서 스턴트맨이 아니라 직접 연기자로나설만도 한데 정작 그는 『연기요?관심없습니다.
대역으로 만족하고 있습니다』고 한다.
화면 속에서 모자를 눌러쓰고 빨리 움직이는 모습은 영락없이 최민수를 빼닮았다.그래서 대역이 아니라 주역으로 출연해 보라는권고를 주위로부터 자연스럽게 자주 들었던 모양이다.
정두홍은 50여명의 회원을 가진 한국무술연기자협회 총무로 일하며 국내 스턴트연기 수요의 절반 가량을 소화해 내고 있다.지금까지 출연한 영화는 10여편,지난해 『게임의 법칙』에선 박중훈이 카페에 들이닥쳐 주먹계 보스에게 인정받는 장 면을 대행,영화의 진가를 높인 적도 있다.「컴퓨터액션」이란 별명을 다시 한번 입증한 것이다.
그의 명성은 그러나 몸동작 하나로 얻은 것이 아니다.『흉기를쓰는 격투나 페어플레이가 아닌 액션은 대역하지 않는다』는 그의말처럼 「액션의 미학」을 지키는 신조가 낳은 결실이다.
태권도.합기도.유도를 포함해 공인 총 20여단(자기 프로필을밝히길 꺼리는 그의성격 탓에 정확히 그의 단수를 아는 사람이 없다)에 이르는 고단자지만 촬영장에선 연기가 끝난 후 후배들에게 어땠느냐고 꼭 물어보는 겸손한 연기자다.
『앞으로도 무술연기인으로서 참다운 무술을 연마,선보이는데 전념하겠다』고 단언하는 정두홍.요즘 폭력영화가 범람하는 풍조를 염두에 둔듯 청소년층 관객들에게 액션과 폭력을 구분해달라는 주문을 잊지 않았다.
글=李揆和기자 사진=吳東明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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