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값은 해야 하는데 … 예비 야당 거물들 총선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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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 시즌이 개막하면서 예비 야권의 거물급 인사들이 깊은 장고에 빠졌다.

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대표는 14일 자신의 수도권 출마설에 대해 “아직 본격적으로 논의되지 않고 있다. 어떤 역할이 당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인가에 따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손 대표가 지난 연말 서울 중구 신당동으로 이사한 것을 근거로 중구 출마설이 나돌기도 했다. 이는 손 대표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서울에 동반 출마해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는 주장과 맞닿아 있다.

하지만 손 대표는 10일 상임고문단 만찬에서 아들 호준씨가 중구 출마를 준비 중인 정대철 고문에게 “이사한 것 때문에 심려 끼쳐 드릴 일은 없으니 걱정 마시라”며 선을 그었다. 지역구라면 차라리 파주나 광명 같은 경기 지역이 서울보다 낫다는 의견도 있다.

지역구 출마의 경우 당선 가능성이 불투명한 데다 특정 지역에 발이 묶여 전국 지원 유세가 어려워진다는 게 문제다.

그렇다고 비례대표로 가자니 기득권 포기를 선언한 마당에 상위 순번은 부담스럽다. 그래서 당락이 아슬아슬한 비례대표 15번 안팎의 번호를 배정받아 배수진을 친 뒤 전국적으로 당 득표율을 높이는 데 승부를 걸자는 주장도 나온다.

한 측근은 “손 대표가 사심 없이 당을 살리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기 위해 불출마를 택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정 전 장관도 선택이 어렵다. 당내에서 그의 조기 복귀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만만찮다. 하지만 이미 2004년 총선 때 출마를 포기했던 그에겐 이번마저 건너뛰면 원내 공백이 너무 길어진다는 부담감이 있다.

지역구에 나갈 경우 자신의 주소지인 서울 서대문을이나 김한길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자리가 빈 서울 구로을이 물망에 오른다.

어느 쪽도 쉬운 상황은 아니지만 당선될 경우 화려한 정계 복귀가 가능하고, 지더라도 당을 위해 ‘산화’했다는 명분을 쌓을 수 있다.

하지만 비례대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변 관계자는 “정 전 장관의 거취는 손 대표의 선택과 맞물려 돌아갈 것 같다”고 말했다.

통합신당 강금실 최고위원도 지역구 출마 여부가 관심의 대상이다. 강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나라당 측이 구로을에 저를 통합신당의 가상 후보로 상정하고 여론조사를 하고 있다는 얘기는 들었다”면서도 “거취 문제를 꺼내기는 너무 이른 시점”이라고 말을 아꼈다. 손학규·정동영·강금실 세 사람의 거취는 공천 막바지에 가서야 윤곽이 드러날 것이란 게 정설이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자신의 선영이 있는 충남 홍성-예산 출마를 1순위로 검토 중인 것으로 보인다. 때마침 15~16일 홍성·예산을 방문해 민심을 확인하는 일정도 잡아놔 이 지역 출마설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그는 지난 대선 때 홍성-예산에서 57.0%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기 때문에 이곳에 나갈 경우 비교적 안정적으로 전국 지원 유세를 다닐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당 일각에선 충남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충북에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이 총재가 중학교를 잠시 다녔던 청주에서 출마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전략적으로 비례대표 후순위를 받아 ‘필사즉생’의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정작 이 총재 본인은 자신의 거취에 대해 함구령을 내려 놓은 상태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지역구는 종로나 강남·과천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당의 인지도보다 개인의 인지도가 큰 만큼 비례대표로 나와 유세를 다니는 게 낫다고 하더라”며 비례대표 쪽에 무게를 두는 듯한 발언을 했다.

김정하·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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