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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책갈피] 초짜 기자들이여 ‘사실’만 믿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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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미래의 저널리스트에게
새뮤얼 프리드먼 지음, 조우석 옮김
미래인, 320쪽, 1만원

야망에 불타는 초짜 기자가 있었다. 그는 편집국에서 ‘원고 칼질’로 악명 높은 부장에게 강한 인상을 심고 싶었다. 사람 기사를 맡자 연거푸 화제의 인물을 취재했고, 그의 동료 등 주변 취재에도 완벽을 기했다. 양념 삼아 넣을 일화, 문장의 디테일에도 신경을 바짝 썼다. 필요한 대목에 꼭 맞는 인용도 잊지 않았다.

그는 ‘승리와 칭찬의 월계관’을 기대하며 기사를 넘겼다. 부장이 곧 그를 불렀다. “취재는 엄청 했네.” 다음이 문제였다. “도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뭐지? 기사 구성을 하긴 한 거야? 마구잡이로 늘어놓았잖아? 꼭 뱀이 꿈틀거리며 기어가듯 기사가 왔다 갔다 하는구먼?” 최후 통첩까지 날아왔다. “완전히 새로 써오지 않으면 신문에 실을 수 없어!”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이자 컬럼비아대 저널리즘스쿨 교수인 저자의 경험담이다. 1979년 일이건만 오늘의 한국, 전세계 편집국 풍경 그대로다.

요즘은 모두가 ‘저널리스트’인 시대다. 신문·방송기자, 다큐멘터리·뉴스 프로그램 제작자, 혹은 진행자가 아니어도 좋다. 인터넷 웹진 운영자, 논픽션 작가는 물론이고 블로거·네티즌도 목소리 내는 데 열성이다.

이 책은 더할 나위 없는 저널리즘 입문서다. ‘악명 높은 부장’은 훌륭한 저널리스트를 꿈꾸는 누구에게나 필요한 멘토이고, 저자는 애증 어린 멘토들에게 배운 것을 아낌 없이 풀어놓기 때문이다.

새겨둘 말도 많다. “어머니가 ‘얘야, 나는 너를 사랑한단다’ 말해도 일단 확인한 뒤 믿어야 한다.” “기자들이 취재·보도한 것의 99%는 세상에서 실제 일어난 것의 1%에 불과하다.” “겉으로만 멋진 말 따위는 사정 없이 죽여버려라.”

저자는 고대 이집트 신화의 ‘토트’도 소개한다. 이 신은 항상 대나무로 만든 필기구와 작은 칠판을 갖고 다닌다. 죽은 이의 공덕과 죗값도 잰다. 저자는 토트가 저널리스트의 도덕적 임무를 대변한다고 생각한다. “토트처럼 엄중히 관찰하고 따져 물으며 분석·평가할 때 성실하고 정확해야 한다. 세상과 남의 운명에 개입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엄중하지 않으면 세상과 우주는 작동을 멈추고 만다.”

옮긴이도 친절하다. 책 곳곳에 미국과 한국의 저널리즘을 비교·설명해 놓았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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