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언어차 교역에도 걸림돌-한글 계약서 잦은 마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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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남북한 언어와 그 개념의 차이로 인한 교역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남북교역은 제3국을 통한 삼각무역방식으로 영어로 계약서를 작성,해석에 따른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최근 직교역 또는 중국 연변등지의 조선족을 통한 교역이 늘어나면서 한글로 된 계약이 늘어나자 계약서상의 용어해석이서로 다르게 전달돼 클레임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이에대한 대책이 요망된다.
나진.선봉지역의 경계선용 철조망 5㎞,22t을 지난 1월 공급한 씨피코사는 최근 북한측으로부터 계약서상의 규격과 달라 인수할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 회사는 계약서상의 「세계표준규격과 질적 지표」라는 문구를근거로 국제표준규격에 맞춰 철조망을 공급했으나 북한측은 계약서상의 「퉁구리」제품이 아니며 「긴장보강재」를 조립할 수 없도록제작됐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퉁구리」란 철조망이 50m 길이로 「연이어 한다발로 뭉쳐진」제품을 뜻하는 것이었으나 이 회사는 이보다 짧은 길이로 나눠묶어 보낸 것이 발단이 됐다.
또 「긴장보강재」란 철조망이 「움직이지 않게 지지대에 고정시킬 수 있는 장치」로 철조망의 윗부분에 6㎜ 철선을 넣었어야 했으나 그 의미를 몰라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다.
이 회사는 연변의 조선족을 통해 「의사 전달 미숙」으로 인한불가항력의 사고였다고 북한측을 설득,다행히 반송은 면했다.
북한측이 당하는 경우도 있다.
북한의 광명성 총회사는 93년 서울 대하약업상사와 한약재인 「창출」의 반출입계약을 맺었으나 같은 식물뿌리에서 나오고 성분은 비슷하나 국내통관이 되지 않는 「백출」을 보내 우리세관에 묶이게 됐다.다행히 북한산임을 고려해 외관상 큰 차이가 없다는관세청의 양해로 반송은 면했다.
로열젤리를 반입한 효원물산 관계자는 『북한에서는 「로열젤리」란 말이 없고 「왕벌젖」으로 통해 교역과정에서 의사소통이 되지않았다』며『성분검사방법도 남북한에 차이가 있어 국내판매가 어려울 뻔 했다』고 말했다.
또 북한의 옥류무역은 지난해 서울 코티리커사와 「들쭉소주」 반출입계약을 맺고 그보다 북한에서 더 고급이고 비싼 「들쭉소백술」을 보냈다고 주장했으나 코티리커사로부터 제품이 다르다는 이유로 클레임당했다.
趙鏞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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