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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영토를 넓혀라” 빅리그의 세계 정복이 시작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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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중국에서 시범경기를 앞둔 NBA의 휴스턴 로케츠 선수들이 몸을 풀고 있다<左>. 오른쪽은 지난해 7월 일본 사이타마에서 열린 J리그 우라와 레즈와의 친선 경기에 앞서 식전행사를 갖고 있는 맨U 선수들. [중앙포토]

해외로 해외로-.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가 최근 아시아 등을 상대로 해외 리그 개최를 결정한 데 이어 미국 프로농구(NBA)도 유럽 진출을 공식화했다. 스포츠 선진국인 미국과 유럽이 스포츠 소프트 파워를 앞세워 영토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포화 상태인 자국 시장을 넘어 세계를 무대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NBA는 14일(한국시간) 베를린·로마·마드리드 등 유럽 대도시에 5개 팀을 창단할 계획이다. 유럽 리그가 아니다. 정식 NBA 팀이다. 미국에 있는 팀들과 마찬가지로 시즌 82경기를 모두 소화하고 이긴 팀끼리 미국에서 챔피언 결정전도 벌이게 된다. NBA가 이제 중계권 등의 부수입에 만족하지 않고 아예 유럽 땅을 자신의 영역으로 만들겠다는 의도다. NBA는 이미 ‘만리장성’ 야오밍(휴스턴 로케츠)을 활용해 중국 시장을 사실상 장악했다.

앞서 프리미어리그 20개 구단은 2011년 시즌부터 미국·중국·태국·호주 등 자국 리그 팬이 많은 지역에서 해외 리그를 열기로 최근 확정했다.

◇국경을 넘는 스포츠

미국프로풋볼(NFL)은 유럽에 별도의 리그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으며 정규 경기도 런던에서 치렀다. 북미하키리그(NHL)도 영토 확장을 시도하며 유럽에서 개막전 경기를 했다. 미국프로야구(MLB)는 올해 개막전을 일본에서 하며 중국 경기도 예정돼 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도 세계 공략에 적극적이다. 프리미어리그 20개 구단은 올해 전 세계로 TV 중계권을 팔아 9억 파운드(약 1조6600억원)를 벌었다. 외국에서 정규 리그를 추가로 벌일 경우 입장권·기념품 및 중계료 판매 등을 합해 연간 2억4000만 파운드(약 4400억원)를 더 벌 수 있다는 계산이다. 중국에서만 경기당 평균 1억 명 이상이 시청한다는 프리미어리그다.

골프 유러피언 투어가 유럽 밖으로 나와 아시아를 주 공략 대상으로 삼은 것이 벌써 몇 년 전이다. “중국을 먹겠다”고 칼을 빼 든 미국 PGA 투어와 일전이 임박했다. 미국 LPGA 투어가 한국·일본·태국에서 열리고 있으며 중국 대회를 추진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장벽 없는 상품 스포츠

진입 장벽이 없다는 팝송이나 할리우드 영화 등 문화상품도 언어와 미묘한 문화 차이 등으로 인해 장벽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스포츠에는 벽이 없다. 스포츠는 말이 필요 없는 전 세계 공통 언어기 때문이다. 농구는 뉴욕이든 마닐라든 똑같은 농구이며 축구도 어디서나 똑같다.

득점이나 타율처럼 스포츠에서 선수들의 수준 차이는 객관적 수치로 나타난다. 여러 국가에서 행해지는 같은 종목의 리그도 서열이 명확하게 갈린다. 바로 돈이다. 연봉이나 상금을 많이 주는 리그에 뛰어난 선수가 모이고 팬들의 관심도 그쪽으로 간다.

과거 애국심 등이 통했지만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나 야오밍 같은 선수 한 명을 데려다 놓으면 그런 건 눈 녹듯 사라진다. 부익부 빈익빈이 가장 심각한 것이 스포츠다. 스타 기근 현상이 벌어지는 열세 리그는 생존이 걸려 있지만 스포츠 강대국의 영토욕은 끝이 없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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