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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서울 시청 주변 달려보니] 신호체계 불합리…車 엉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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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헷갈리는 시청앞
서울시가 시청 앞 잔디광장 조성공사를 시작하면서 시청 주변의 교통흐름을 확 바꾼 첫날인 2일 운전자들은 하루 종일 통행방향이 헷갈려 큰 불편을 겪었다. 3800평의 잔디광장은 4월 말까지 조성된다. [김상선 기자]

"서소문로~북창동길~소공로는 새로운 상습 정체 구간."

서울시청 앞 광장 조성 공사가 본격화된 2일 새롭게 바뀐 교통체계를 이용한 시민들의 소감이다.

서울시는 이날 시청 일대 출근길(오전 7~9시) 교통상황을 분석한 결과 시청 주변 주요 도로 20곳 중 12곳의 차량 평균 시속이 3km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가장 심하게 막힌 서소문로 아현삼거리~시청 방향은 평소 20.1㎞에서 11.8㎞로 8.3㎞나 떨어졌다.

이날 강서구 가양동에서 을지로 입구까지 자가용으로 출근한 김지철(34.회사원)씨는 "집에서 오전 7시에 출발했는데 아현고가 차도에서 30분 이상 옴짝달싹 못해 오전 9시가 넘어서야 회사에 도착했다"며 "특히 서소문로에서 을지로 진입 방법이 바뀌어 헷갈렸다"고 말했다.

◇신호 미비=시청 일대가 정체된 이유는 새로 바뀐 교통체계를 제대로 알지 못한 운전자들이 우왕좌왕한 데다 신호체계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새 교통체계에 따르면 서소문로와 남대문에서 을지로 방면으로 가는 차량들은 북창동길을 이용해 소공동길에서 좌회전해야 한다.

그러나 이날 북창동에서 좌회전하는 차량과 소공로를 오가는 차량들이 서로 엉켜 병목현상을 빚었고, 서소문에서 북창동길로 직진하는 차량과 남대문에서 세종로로 가는 차량들이 열십자로 얽힌 상태에서 짧은 신호를 받느라 운행이 원활하지 못했다.

특히 남대문~광화문 차량들은 구 태평서적 앞에서 일단 멈춤을 해야 하는데도 별다른 멈춤 표시판이 없어 차로를 막고 선 것도 체증 원인이었다. 게다가 태평로 남대문에서 광화문 방면 신호등이 출근길 내내 고장나 혼란을 부채질했다. 교통경찰관 5명이 일일이 수신호로 통제해도 역부족이었다.

이에 따라 이날 삼각지~태평로, 태평로~서소문로~아현고가도로는 차량 행렬이 꼬리를 물었다.

◇공사 미비=서울시가 30만부를 발행해 시민들에게 나눠준 새 안내지도에는 북창동길이 양 방향 운행이 가능하도록 표시돼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 도로는 현재 일방통행만 가능하다. 도로를 점유하고 있는 블록 제거 공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모르는 운전자들이 소공로에서 북창동길로 역진입하는 바람에 아찔한 장면이 자주 연출됐다.

김대호(33)씨는 "길을 잘못 들어 북창동길을 이용하려 했으나 알고보니 일방통행이었다"며 "우회할 수 있는 길을 제대로 홍보해야 하는 게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경우 소공로를 직진해 남대문로로 우회전한 뒤 다시 우회전해 태평로로 나와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뒤늦게 "공사가 끝날 때까지 이 차로를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3차로 일방통행길로 바뀐 시청 뒷길의 경우도 1개 차로의 공사가 덜 끝나 2개 차로만 개통한데다 양 방향에서 차량들이 진입해 심한 혼잡을 보였다.

그러나 남산 3호터널에서 시청으로 진입하는 소공로는 차량이 많았지만 주행 신호가 길어서 소통이 잘됐으며 병목 현상이 우려됐던 무교동길은 진입하는 차량이 많지 않아 예상 밖의 시원한 흐름을 보였다.

시 관계자는 "서소문로와 태평로 정체 해소를 위해 신호체계를 조정하고 차로폭을 확대하는 등 구체적인 보완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정형모.신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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