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키위항공 종업원社主制 붕괴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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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전 종업원의 사주(社主)회사로 미국 항공업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던 키위항공에 문제가 생겼다.이 회사의 자랑이었던 우리社主 체제가 붕괴위기에 놓이게 된 것이다.
92년 회사창립 이후 경영을 이끌어 왔던 로버트 이버슨 회장은 『키위항공의 성공비결은 다른 회사에서는 생각도 할 수 없는전 종업원의 이타심(利他心)에 있다.
우리 모두가 회사의 주인이기 때문』이라고 뽐내 왔었다.
그랬던 그가 『종업원 사주회사가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한 내가어리석었지』라는 말을 남기며 지난달 갑자기 회사에서 쫓겨났다.
도산한 이스턴항공을 넘겨받아 파일럿들을 중심으로 이색적인 출발을 했던 키위는 파격적인 서비스와 싼 항공료,철저한 민주적 의사결정 등으로 하루아침에 유명회사로 부상했었다.
파일럿이 기내청소를 함께 하질 않나,승무원들이 자기 호주머니를 털어 비행기 화장실에 꽃을 사다 꽂질 않나,더구나 요금할인경쟁이 한창 치열했을 때는 종업원 모두가 봉급을 절반씩 자진 삭감하기도 했었다.
키위는 이같은 파격경영으로 1천명 소수인원으로 美 동부일원에하루 61회선의 비행기를 띄울 정도로 급성장했다.
그러나 최근들어 회사가 안에서부터 기우뚱거리기 시작했다.위에서 무슨 말을 해도 도무지 먹혀들지 않는 현상이 여기저기에서 벌이지기 시작한 것이다.윗사람의 지시나 명령은 제안 정도로 치부하기 때문에 지휘체계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분위 기가 되어버린 것이다.회사 지위가 무엇이든,네나 내나 5천~5만달러씩 투자한 똑같은 주주인데 무슨 잔소리냐는 식이다.파일럿들이 정규 스케줄 이외의 임시 운항을 거부해도,승무원들이 기내에서의 광고방송 맡기를 서로 미뤄도,경영층의 결재 없이 무료항공권을 자선단체에 마음대로 기부해도 이를 강력히 규제하고 통솔할수 없다는것이다. 중역회의를 해도 결론을 내리기가 어렵다.부서책임자 모두가 자기 이야기를 다하고 서로 논박하다 보면 하루종일 회의를해도 결론없이 끝나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시작할 때 큰 힘을 발휘했던 1백% 종업원사주회사의 「민주 에너지」가 회사가 성공하면서는 오히려 분란의 소지를 만들고 있는 셈이다.
뉴욕=李璋圭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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