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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회초대석>"말미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올해 70세인 유현목감독이 외딴 섬에 사는 아홉살배기 소년의눈을 빌려 어른들의 성(性)문제를 그린 영화다.
61년『오발탄』으로 예술파 감독의 명성을 얻은 유감독은 80년『사람의 아들』을 내놓은 후 14년간의 공백동안 축적한 에너지를 이번 작품에 쏟아부었다고 밝히고 있다.귀도 잘 들리지 않는 불편한 가운데 노감독이 치열한 영화혼을 발휘해 만든 탓인지짜임새나 감각은 상당히 새롭다.
남해안의 자연과 사람들이 보여주는 포근하고 아름다운 정경들을화면에 가득 담아 관객들에게 고향에 대한 향수와 사라져가는 한국적 풍경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일으킨다.
아울러 대부분의 성인이 어린 시절 경험했음직한,성에 눈뜨는 시기의 미묘한 심리를 잘 그려냈다.주인공 소년역의 천영덕은 올해 대종상 신인연기상 후보에 올라있다.
남해안 자그마한 섬에서 어머니.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아홉살배기 수영이(천영덕)는 서서히 성(性)에 눈떠가는 중이다.동네 여자아이의 성기를 보고 싶어하고 바다생물인 말미잘의 잔뜩 웅크린 모습을 보고는『그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수영이의 눈에 비친 어른들의 세상은 혼탁하고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홀몸인 엄마(나영희)의 욕구,최선장 아저씨(안성기)의 엄마에 대한 사랑,어느날 섬에 들어온 소설가 독고(이영하)와 엄마의 정사등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수영이 의 눈에 계속 들어온다.
수영이가 좋아하고 따랐던 동네누나 지숙은 어느날 섬을 떠난다.짝사랑하던 총각선생님이 결혼하자 충격을 받은 것이다.도시에 있는 친척집에 간 수영이는 몸파는 여인으로 변해버린 지숙누나와마주치게 되고 더욱 고민에 빠진다.
섬에 돌아온 수영이는 어머니가 독고 아저씨에게 시집간 것을 알고는 더이상 그를 좋아하지 않기로 한다.최선장 아저씨는 바다에 나간 후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하지만 수영이는 어른스럽게도 어머니를 이해하기로 한다.자웅동체인 말미잘과 달리 인간은 남녀가 만나 어울려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단순한 어린이의 성장영화가 아니고 어린이의 눈으로 본 어른들의 세계를 그린 작품이다.
蔡仁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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